자전거쪽지 2013.9.27.
 : 아이들과 누리는 들길

 


- 가을나락 누렇게 익으며 고소한 냄새가 마을마다 가득하다. 이 들판을 바라보면 누구라도 배가 부르겠지. 그런데 올해에는 남녘땅에 비가 아주 드물었다. 벌레가 많이 나돌았고, 이에 따라 마을마다 농약을 엄청나게 뿌렸다. 오늘날 시골 흙일은 비료와 농약 두 가지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시골 어르신들 스스로 비료와 농약 아니고는 다른 생각이나 길을 찾지 못하신다. 어떻게 해야 할까. 앞으로도 이대로 흘러야 할까. 시골 흙일 물려받겠다 하는 젊은이나 푸름이 거의 찾아볼 수 없는데, 드문드문 나타나는 젊은 흙일꾼은 모두 비료와 농약, 여기에 기계, 이 세 가지로 이루어지는 흙일로 가야 하는가. 흙일이라 하지만 정작 흙을 아끼거나 사랑하는 길과는 동떨어지는 데로 흘러야 하는가.

 

- 하늘은 파랗고 구름은 하얗다. 들은 누렇고 바람은 상큼하다. 가을볕은 여름볕과 달리 뜨겁지 않다. 그래도, 고흥 가을볕은 땀이 흐를 만큼 조금 덥다. 논둑에서 자라던 고들빼기꽃은 거의 모두 사라진다. 스스로 져서 사라지지는 않았다. 지난 한가위 언저리에 ‘마을 청소’를 한다며 많이 베었고, 요새는 벼베기에 앞두고 벤다. 논둑에 드문드문 코스모스 몇 송이 남곤 한다. 들풀을 다 베기는 베더라도 꽃을 몇 송이쯤 남겨 두는 분들이 있다. 예전에 기계 아닌 낫으로 벼를 벨 적에는 굳이 논둑 풀을 건드리지는 않았을 테지. 들일 하며 땀흘리는 일꾼들 곁에서 가을꽃이 한들한들 춤추면서 등허리를 달래 주었겠지. 들일 하며 고단한 어버이 곁에서 아이들은 가을꽃 꺾고 놀면서 노래를 불러 주었겠지.

 

- 가을볕이 제법 뜨겁기에 아이들과 함께 천등산 골짜기로 간다. 골짝물을 실컷 누린다. 가을에 골짜기로 놀러오는 사람은 없으니 온통 우리 차지가 된다. 고즈넉한 골짝물 소리를 듣고, 어린고기와 놀며, 샛밥 조금 먹고는 집으로 돌아온다. 잘 놀았지? 겨울이 다가오기 앞서 또 골짝물 나들이를 오자.

 

(최종규 . 2013 - 시골에서 자전거와 함께 살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10-05 20:28   좋아요 0 | URL
사진들이 너무나 좋습니다!
사진을 보고만 있어도 고흥의 가을볕과 가을바람 그리고
무엇보다...그곳에서 즐겁고 깨끗하게 살아가시는
아름다운 가족들의 삶노래로 가슴에 쏴아~맑은 바람이 들어 오네요~*^^*

숲노래 2013-10-06 00:02   좋아요 0 | URL
아무쪼록 아이들이 늘 좋은 바람 마시면서
즐겁게 놀며
마음 홀가분하기를 빌 뿐입니다.
잘 놀고 잘 자고 잘 먹고
그렇게 무럭무럭 자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