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꽃 피는 울타리

 


  호박꽃이 핀다. 호박꽃이 노랗게 핀다. 호박꽃이 아이 얼굴만 하게 큼직큼직 핀다. 호박꽃은 퍽 먼 데에서 보더라도 쉬 알아챈다. 호박은 꽃송이를 많이 내놓지 않는다. 호박넝쿨 사이사이 듬성듬성 꽃송이 내놓는다. 감꽃은 크기가 조그맣지만 열매는 굵직한데, 호박꽃은 크기가 퍽 크고, 호박알은 훨씬 굵직하다.


  얼마나 많은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품는 호박알일까. 얼마나 따순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먹고 노랗게 빛나는 호박꽃일까. 작은 호박씨 하나에서 숱한 호박알 주렁주렁 달린다. 호박넝쿨은 뻗을 수 있는 대로 뻗어, 배고픈 이웃한테 커다란 알덩이를 베푼다. 너도 먹고 나도 먹으며, 주렁주렁 달린 열매로 모두 배불리 밥그릇을 비운다.


  울타리 따라 호박넝쿨 뻗어 호박꽃 피고 호박알 맺는다. 울타리는 이웃과 이웃을 가로막는 돌이 아니다. 울타리는 바람을 막고 넝쿨이 타고 오르도록 서로서로 살가이 만나는 이음새이다. 4346.10.2.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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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10-03 12:17   좋아요 0 | URL
사진이 너무 좋아서
환한 호박꽃도 호박잎들도
마치 곁에서 들여다보고 있는 듯 합니다~
함께 주신 글도 너무나 좋구요~ 감사합니다~*^^*


숲노래 2013-10-03 14:58   좋아요 0 | URL
암꽃은 씨받이 되면 곧바로 져요.
호박꽃 사진은 수꽃 사진은 흔하고 쉽지만
암꽃 사진은 드물고 어렵답니다.
이번 호박꽃 사진에서는
암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