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냄새 맡는 마음

 


  아픈 냄새가 흐릅니다. 숲을 이루고 그늘을 드리우며 푸른 숨결 베풀던 나무들 모조리 잘린 멧자락에서 아픈 냄새가 흐릅니다.


  왜 멀쩡한 나무를 벨까요. 왜 떡갈나무 신갈나무 베고 소나무 몇 그루 달랑 남길까요. 땔감으로 쓸 생각이 아니면서 왜 삽차와 기계톱으로 멧기슭을 파헤쳐 나무도 풀도 몽땅 죽여야 할까요.


  누가 시키는 짓일까요. 누가 벌이는 일인가요. 나무가 없는 숲이 있는가요. 나무가 없는 메가 있을까요.


  군청 공무원은 스스로 씨앗을 내려 자라던 숲나무를 베고는, 돈을 들여 어떤 꽃나무를 나무젓가락처럼 박습니다. 나무젓가락 같은 어린나무가 쓰러지지 말라며 ‘나무 버팀대’까지 댑니다. 나무를 벤 자리에 다른 나무를 심으며 또 나무 버팀대를 쓰는 모습이 얼마나 어리석은 줄 깨닫지 않습니다.


  숲나무는 스스로 숲이 됩니다. 숲나무는 사람들이 억지로 베고 심고 한대서 숲이 되지 않습니다. 천 해를 살고 만 해를 살아가는 나무입니다. 사람이 섣불리 건드릴 만한 나무가 아닙니다. 앞으로 천 해나 만 해 동안 숲이 어떻게 될는지 하나도 모르면서 나무를 건드리지 마셔요. 이녁이 앞으로 천 해나 만 해쯤 살아갈 만한 목숨이라 하더라도 나무를 쉽게 건드리지 마셔요. 나무한테서 아픈 냄새 흐르게 하지 마셔요. 나무한테서 싱그러운 풀바람 흐르도록 사랑을 하셔요. 4346.9.30.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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