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 열매와 고들빼기
탱자나무 열매가 익는 한가을로 접어든다. 탱자 열매 노란 빛깔을 바라보면서 하늘빛이 얼마나 높고, 가을바람이 얼마나 보드라운가를 읽는다. 탱자는 탱자알을 보아야 비로소 탱자로구나 하고 깨닫는다. 탱자나무는 생김새가 퍽 남달라 잎사귀 모두 떨어진 겨울이나 아직 새잎 안 돋은 봄에도 알아볼 만하지만, 탱자알 동그랗고 노랗게 빛나는 가을에 그야말로 ‘탱자네!’ 하면서 눈웃음을 지으며 반가운 마음에 손을 뻗는다.
탱자나무 열매 곁에 고들빼기꽃이 하얗다. 고들빼기는 꽃이 필 무렵 키가 쑥쑥 올라 탱자나무 곁에서 제법 큰 풀줄기를 선보인다. 가을날 고들빼기 풀줄기는 어른 키를 훌쩍 넘곤 한다. 꽃을 피워 씨를 맺을 적에는 더 멀리 더 고루 씨앗 퍼지라고 이처럼 줄기가 쑥쑥 오르겠지.
탱자나무는 씨앗을 어느 만큼 퍼뜨릴 수 있을까. 탱자알은 어떤 넋을 품에 안고 새로운 어린나무로 자랄 빛을 이 동그란 알에 담을까. 가을이 무르익는다. 4346.9.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