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 열매와 고들빼기

 


  탱자나무 열매가 익는 한가을로 접어든다. 탱자 열매 노란 빛깔을 바라보면서 하늘빛이 얼마나 높고, 가을바람이 얼마나 보드라운가를 읽는다. 탱자는 탱자알을 보아야 비로소 탱자로구나 하고 깨닫는다. 탱자나무는 생김새가 퍽 남달라 잎사귀 모두 떨어진 겨울이나 아직 새잎 안 돋은 봄에도 알아볼 만하지만, 탱자알 동그랗고 노랗게 빛나는 가을에 그야말로 ‘탱자네!’ 하면서 눈웃음을 지으며 반가운 마음에 손을 뻗는다.


  탱자나무 열매 곁에 고들빼기꽃이 하얗다. 고들빼기는 꽃이 필 무렵 키가 쑥쑥 올라 탱자나무 곁에서 제법 큰 풀줄기를 선보인다. 가을날 고들빼기 풀줄기는 어른 키를 훌쩍 넘곤 한다. 꽃을 피워 씨를 맺을 적에는 더 멀리 더 고루 씨앗 퍼지라고 이처럼 줄기가 쑥쑥 오르겠지.


  탱자나무는 씨앗을 어느 만큼 퍼뜨릴 수 있을까. 탱자알은 어떤 넋을 품에 안고 새로운 어린나무로 자랄 빛을 이 동그란 알에 담을까. 가을이 무르익는다. 4346.9.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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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9-29 23:06   좋아요 0 | URL
참~신기해요!
탱자는 저도 알고 어렸을 때는 자주 본 것 같았는데
이렇게 나무에 달려있는 모습은 처음 만나요.^^
줄기는 면류관처럼 뾰족한 가시지만...잎은 참 순하게 생겼네요~
갑자기 어디선가, 아련히.. 탱자의 향기가 나는 듯 합니다!! ㅎㅎ

숲노래 2013-09-30 06:08   좋아요 0 | URL
탱자나무는 줄기에 가시가 굵고 커서 울타리로 많이 써요. 그래서 예부터 '탱자나무 울타리'라고 했어요. 탱자나무 한 그루 바깥에 심으면 몇 해 뒤 아무도 못 넘어올 자연스러운 울타리가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