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일하고 읽고 (도서관일기 2013.9.27.)
 ―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 ‘서재도서관 함께살기’

 


  아이들은 도서관에 놀러간다. 나는 도서관에 일하러 간다. 아이들은 실컷 뛰놀며 땀을 쪽 빼고 나서는 “아이고, 힘들어!” 하면서 그제서야 털썩 걸상에 앉아 그림책을 펼친다. 나는 땀을 쭉 빼며 책꽂이 새로 짜고 옮기고 나르고 책을 닦고 하면서 “아이고, 힘들어!” 소리는 내지 않는다. 언제나 마음속으로 ‘서두르지 말자. 차근차근 하자. 다섯 해가 걸리건 열 해가 걸리건, 우리 책숲으로 일구자.’ 하고 되뇐다.


  아이들이 도서관 안팎에서 뛰어노는 동안, 엊그제 니스를 다 바른 책꽂이를 교실 안쪽으로 옮긴다. 책꽂이 네 개에 니스를 발랐으니, 앞으로 열여섯 개에 더 바르면 된다. 니스값이 퍽 많이 들 텐데, 곰팡이 핀 책꽂이를 버릴 수 없다. 닦고 다시 닦은 뒤 니스를 발라서 쓰자.


  곧 니스를 바르려고 골마루로 꺼낸 책꽂이에 핀 곰팡이를 닦는다. 큰아이가 다가와 “곰팡이 닦아? 아이, 지저분해.” 하더니 저도 함께 닦겠단다. “곰팡아, 곰팡아, 사라져라.” 하고 노래하면서 “여기도 닦고, 여기도 닦고, 저기도 닦고, 저기도 닦고, 깨끗하게 닦지요, 깨끗하게 닦지요.” 하고 종알종알 노래를 곁들인다. 작은아이도 누나 꽁무니에 붙어 “나도! 나도!” 하고 외친다. 그래, 너희들도 닦을 테면 닦아 보렴.


  두 아이가 한참 아버지 일손을 거든다. 그러고 나서 큰아이는 스스로 손을 닦고 동생 손을 닦아 준다. 나는 다른 책꽂이에 핀 곰팡이까지 더 닦는다. 아이들은 도서관 문간에서 풀개구리 구경하다가는, 둘이서 잡기놀이를 한다.


  너희들한테는 놀기가 삶이고, 놀이가 책이며, 노는 하루가 살아가는 보람이 되겠지. 몸이 튼튼해야 책을 읽지. 몸이 튼튼하며 마음이 튼튼할 적에 책마다 깃든 이야기를 슬기롭게 받아먹지. 하늘이 파랗구나. 우리 도서관 탱자나무에 탱자알 노랗게 익는구나. 여름 지나 가을 되어 풀빛이 더 짙구나. 풀바람이 도서관 구석구석 어루만지면서 고운 빛과 내음 나누어 주는구나. (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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