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태어나는 나무

 


  숲을 이루던 자리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 삽차와 밀차가 들이닥치며 나무를 모조리 베어 없애고 풀 돋은 땅뙈기를 뒤집어엎었기 때문이다. 오랜 나날 스스로 조용히 푸른 숨결 내뿜던 숲이 사라지며 푸석푸석한 흙땅으로 허여멀겋게 바뀐다. 그런데 이 쓸쓸하게 허여멀건 빈땅에 싹이 돋는다. 우람한 나무 몽땅 사라졌는데, 조그마한 잎사귀 돋고 가느다란 줄기 오르면서 어린나무가 자란다.


  눈여겨보지 않고 자동차로 다시 들이닥쳐 밟으면 어린나무는 죽겠지. 골짜기로 놀러온다며 자동차 타고 찾아와 깊이 생각하지 않고 밟으면 어린나무는 죽겠지. 그러나, 자동차가 밟거나 관광객이 밟더라도 다른 씨앗이 다른 어린나무로 태어나 씩씩하게 자라리라 믿는다. 사람들은 어리석은 짓을 일삼지만, 숲은 천 해 만 해 십만 해 백만 해를 고이 내다보면서 다시금 작은 씨앗 메마른 흙땅에 떨구어 천천히 자라도록 북돋우리라. 이 지구별에 푸른 숨결이 가득해야 사람도 새도 벌레도 짐승도 물고기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4346.9.29.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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