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비

 


달포 남짓 가물던 땅에
늦여름 빗줄기 듣는다.

 

고들빼기꽃 하얗게 빛난다.
부추꽃 흰 다발 눈부시다.
까마중꽃 하얀 무늬 곱다.

빗물 먹으며 이삭이 굵고
빗물 받으며 열매가 익는다.

 

빗소리는 처마를 흐르고
빗노래는 개구리와 싱그러이 잔치.

 

달과 해와 별과 무지개는
이 비에 함께 젖을까.
이 비를 기쁘게 바라볼까.

 

어린 아이들 맨발로 비를 밟는다.
어린 아이들 맨손으로 비를 받는다.
어린 아이들 맨몸으로 빗놀이 누린다.

 

빗물은 땅속으로 스며
우물물 냇물 되고,
빗물은 숲 들 지나
너른 바다 된다.

 

지난해 내린 빗물 먹고 자란 쌀
그러께 내린 빗물 스민 샘물 길어
오늘 아침 지어 먹는다.

 


4346.8.24.흙.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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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9-22 13:44   좋아요 0 | URL
<여름비> 시가 참 좋습니다~!!^^

숲노래 2013-09-23 08:2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긴 여름 내내 가물다가
비가 오던 날 마루에 앉아서
이 시를 썼어요~

appletreeje 2013-09-22 23:11   좋아요 0 | URL
어쩜 이렇게 '여름비'에 딱 맞는 시를 쓰셨을까요~!!
거듭 읽고 또 읽어 볼수록...여름비가...스르르, 몸과 마음에 스며드네요~*^^*

숲노래 2013-09-23 08:25   좋아요 0 | URL
아이들이 비 올 적에 맨발로 노는 모습을 보며
저도 어릴 적에 우리 아이들처럼 놀았구나 하고
떠올리니
저절로 이 글이 태어났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