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꽃잔치 책읽기
올해에는 우리 집 마당에서 돋는 쑥풀을 잘 건사한다. 쑥쑥 자라 밑줄기는 나무처럼 두껍고 단단한 쑥풀이다. 늦여름까지 넓고 크게 퍼지던 잎사귀는 가을로 접어들어 거의 사라지면서 조그맣게 홑잎만 남더니, 어느새 꽃잔치를 벌인다. 처음에는 조그맣게 몇 군데에만 꽃대와 꽃봉오리 나오지만, 이내 모든 줄기가 꽃대가 되고 모든 꽃잎이 홑잎으로 바뀌면서 꽃망울 터뜨리는 데에 기운을 그러모은다.
꽃이 피고 씨앗을 맺어야 이듬해에 새로 자랄 수 있다. 꽃이 생기고 열매를 떨구어야 어린 풀 새로 돋아 흙을 살찌운다. 쑥풀은 쑥풀내음을 퍼뜨려 마을에 푸른 기운 베푼다. 쑥꽃은 쑥꽃내음을 흩뿌려 마을에 옅붉은 노래를 들려준다. 노을빛 닮은 쑥꽃이 올망졸망 흔들리며 따사롭다. 4346.9.21.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