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한가위 선물―햇볕 (2013.9.18.)
작은아버지와 작은어머니한테 드리려고 ‘햇볕’을 그린다. 막내 작은집을 생각하니 다른 무엇보다 햇볕이 떠오른다. 조그마한 마당이 붙은 아파트에서 네 식구 지내시는데, 부엌이나 방 있는 자리에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집 얼거리였다. 승강기를 타고 내리는 자리에도 햇볕이 들지 않는다. 가만히 보면, 오늘날 수많은 아파트에는 햇볕이 거의 안 든다. 햇볕 잘 드는 데도 드물게 있지만, 아파트 안쪽 방이라든지 부엌이라든지 아침부터 저녁까지 햇살을 실컷 누리는 집은 거의 없다고 해야지 싶다. 햇볕이든 햇살이든 햇빛이든 없이, 전기로 등불을 켜야 하는 집인데, 흙이 살자면, 사람이 살자면, 숲이 살자면, 밥이 살자면, 물이 살자면, 바로 햇볕이 있을 때에 따스하며 아름다우리라 생각하며 그림을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