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사흘 동안 음성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묵었다. 이제 작은아이 깨어나 아침을 먹인 뒤 옷을 갈아입히면,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갈 먼길 떠난다. 아이들은 올해에 할아버지 할머니 댁에서 무엇을 보고 느끼며 생각했을까. 텔레비전 보는 재미에 맛을 들였을까. 살짝 스치듯 지나간 고모들을 떠올릴까. 할아버지 집 너른 마당에서 피어나는 들꽃을 생각할까. 할머니가 차리는 맛난 먹을거리를 헤아릴까.
사람들로 물결을 이루는 길거리를 지나고 기차와 버스를 거쳐 고흥 읍내에 닿으면, 아이들은 무엇을 바랄까. 여덟 시간 남짓 달려 동백마을 우리 보금자리에 들어가면, 아이들은 어떤 노래를 부를까.
얘들아, 너희는 한가위 보름달을 보았니? 자동차와 가로등 많은 데에서는 보름달도 보름달 같아 보이지 않는구나. 곁에 다른 별빛 반짝이지 않는 밤하늘에서는 보름달을 보름달답게 구경하기 어렵구나. 보름달을 바라보면서 달잔치를 해야 달맞이요 달구경이자 달놀이 될 텐데, 달잔치를 할 이웃이나 동무를 찾기 어렵구나.
우리 마음속에 동그랗고 맑은 달빛을 담자. 달빛으로 노래하고, 달빛으로 춤추면서, 달빛으로 사랑하자. 4346.9.20.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