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글쓰기
글을 쓰는 사람한테는 요일이 없다. 일요일이건 월요일이건 언제나 똑같이 글을 쓴다. 글을 쓰는데 수요일이나 토요일이라고 다르지 않다. 언제나 똑같은 넋으로 글을 쓴다. 그러나,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철마다 다르게 글을 쓴다. 언제나 철이 다른 줄 느끼니, 철에 따라 다른 넋이 되어 글을 쓴다. 또한, 글을 쓰는 사람인 만큼 아침과 저녁과 낮과 새벽이 다른 느낌을 헤아리며 글을 쓴다. 날씨에 따라 글이 바뀌고, 볕과 바람과 물을 어떻게 느끼는가에 따라 글이 달라진다. 흙을 만지고 나서 쓰는 글하고 설거지를 하고 나서 쓰는 글은 다르다. 빨래를 하고 나서 쓰는 글이랑 걸레질을 한 뒤에 쓰는 글은 다르다. 아이들을 살가이 놀리면서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쓰는 글과 아이들 손을 잡고 들마실 하는 동안 쓰는 글은 다르다. 한가위나 설날이 되어도 글을 쓰는 사람은 언제나처럼 글을 쓴다. 한가위라서 쉬거나 놀지 않는다. 다만, 한가위나 설날을 맞이하면, 여느 보름달보다 훨씬 밝고 맑은 달덩이를 만나고 싶은 마음으로 부푼다. 이렇게 부푸는 마음으로 새삼스럽게 글을 쓴다. 4346.9.1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