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아이 옷가지

 


  작은아이가 똥오줌을 가린다. 서른 달을 함께 살아온 이 아이가 씩씩하게 두 가지를 가린다. 큰아잊는 스물넉 달 즈음 밤오줌을 가렸지만, 열넉 달 즈음부터 낮에 똥오줌을 가렸다. 큰아이를 생각하면 작은아이는 퍽 오래도록 똥오줌을 안 가리면서 빨랫감을 내놓은 셈이다. 가까운 나들이를 하더라도 작은아이 옷가지에다가 기저귀를 꽤 챙겨서 다녀야 했다. 작은아이와 나들이를 다니면 오줌에 젖은 바지를 몇 벌씩 비닐봉지에 담아야 했다. 이제 작은아이는 나들이를 다니더라도, 또 낮잠을 자더라도, 웬만해서는 오줌바지를 내놓지 않는다. 너무 신나게 논 날에는 그만 이불에 쉬를 하기는 하지만, 앞으로 반 해쯤 지나면 이불에 오줌 싸는 일도 사라지리라 생각한다. 고흥부터 음성까지 여덟 시간 먼길 나들이를 하는 동안 작은아이 빨랫감이 한 벌도 안 나온다. 몸도 마음도 홀가분하고, 내가 짊어지는 가방도 한결 가볍다. 얘야, 참으로 고맙구나. 4346.9.18.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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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3-09-18 09:32   좋아요 0 | URL
이런 이야기를 엄마가 아닌 아빠가 쓰다니 참 대단하시다 싶어요
모든 육아를 저혼자 도맡아 하는 저는 부러울 따름입니다

숲노래 2013-09-18 11:24   좋아요 0 | URL
집일과 아이돌보기를 혼자서 하고
거기다가 돈벌이까지 도맡아서 하는걸요 ^^;;;

슈퍼맨은 아니지만...
새벽녘에 온몸 쑤신 채 썼다가
아버지(애들 할아버지) 볼일 보실 적에
모처럼 컴퓨터 켜고 글을 띄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