젓가락나물꽃 책읽기
젓가락나물에 꽃이 핀다. 이 들풀에 꽃이 피도록 두는 시골집은 요즈음 거의 없다고 느끼는데, 젓가락나물은 퍽 센 풀 가운데 하나이다. 그만큼 몸에 바로 와닿도록 스며드는 풀이란 소리이다. 나는 가끔 풀잎 한둘 뜯어서 먹는다. 내 몸에서 이 풀잎을 바랄 적에 뜯어서 먹는다고 느낀다.
씁쓸한 맛을 혀로 살며시 느끼면서도, 쓴맛 사이사이 이 풀포기가 그동안 어떤 햇볕과 바람과 빗물을 머금으면서 우리 집에서 자랐는가 하고 되새긴다. 우리 집에 이 풀이 자라는 뜻을 생각하고, 이 풀포기는 어떤 빛이 되어 한들한들 가느다란 줄기가 바람결 따라 춤추면서 조그마한 노란 꽃송이 피고 지는가 하고 돌아본다.
꽃송이 하나 벌어지며 꽃송이 하나 지고는 씨앗이 맺는다. 씨앗은 곧 떨어져 곳곳에 퍼질 테고, 씨앗을 떨구고 모든 꽃송이 지고 나면, 이 풀포기도 겨울바람에 시들면서 흙으로 돌아겠지. 4346.9.10.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