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일기 쓰는 마음
첫째 아이 태어나고부터 ‘육아일기’를 씁니다. 아이랑 살아가니 마땅히 쓰는 육아일기인데, 육아일기를 쓰는 까닭은 이 글을 쓰면서 나 스스로 아주 즐겁고 새로우며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육아일기를 쓰면서 아이를 한결 따사롭고 보드랍게 마주할 수 있기도 하지만, 이보다 내가 나를 한결 따사롭고 보드랍게 바라봅니다. 내가 나를 참말 사랑하도록 이끄는 육아일기로구나 하고 느껴요.
첫째 아이와 여섯 해, 둘째 아이와 세 해 살아오면서, 육아일기를 느긋하게 쓸 틈은 한 차례도 없습니다. 언제나 졸음과 고단함을 쫓으며 씁니다. 때로는 바쁜 일 넘치지만 뒤로 미루고 씁니다. 왜냐하면, 다른 어느 글보다 ‘아이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쓸 적에 나 스스로 빙그레 웃음꽃이 피어나거든요. 이렇게 즐거운 글을 가장 먼저 더 마음을 기울여 쓸 수밖에 없다고 느껴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적에도 이와 똑같은 마음이에요. 아이들이 참으로 예뻐서 찍는다고만 할 수 없어요. 아이들을 바라보는 눈길이란 바로 나 스스로 나를 바라보는 눈길이 되어요. 아이들한테서 예쁜 빛을 느껴 사진을 찍는다면, 바로 나 스스로 나를 예쁜 눈빛으로 어루만진다는 이야기가 돼요.
살림 도맡는 어머니가 가계부 쓰는 까닭은 살림돈 아끼려는 뜻만이 아닙니다. 살림을 돌아보면서 어머니 스스로 이녁 마음을 보살피고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기를 쓰는 까닭은 ‘하루 일 기록’ 하는 뜻이 아니에요. ‘하루 일 기록’도 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스스로 내 삶을 깊고 넓게 사랑할 수 있기에 일기를 써요.
내가 육아일기를 쓸 적에 누군가 옆에서 내 얼굴을 바라본다면, 아마 이렇게 말할 테지요. “이야, 환하게 웃으면서 글을 쓰네?” 하고. 4346.9.7.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