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하우스, 그녀들의 이야기
이승은 지음 / 달과소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찾아 읽는 사진책 147

 


즐거우니 찍는 사진
― 돌 하우스 그녀들의 이야기
 이승은 글·사진
 달과소 펴냄, 2008.9.22. 13500원

 


  즐거워서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고, 다큐멘터리를 엮으려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랑을 느껴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으며, 돈을 벌어야 하기에 사진을 찍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마다 삶자리가 다릅니다. 삶자리가 다른 만큼, 사진을 찍는 자리가 다릅니다. 사진을 찍는 자리가 다르니, 사진을 읽는 자리가 다릅니다. 사진을 읽는 자리가 다른 터라, 사진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다르고, 사진을 보여주거나 나누는 자리도 달라요.


  다 다른 사람들은 다 다른 빛을 다 다른 사진에 담습니다. 알래스카와 남극과 적도와 이탈리아와 러시아와 한국과 일본에 드리우는 해는 똑같은 해라 할 테지만, 골골샅샅 드리우는 볕살은 저마다 달라요. 그래서, 일본과 한국은 바람과 물과 흙이 다릅니다. 적도와 남극도 바람이랑 물이랑 흙이 달라요. 곧, 저마다 다른 삶에 맞추어 저마다 다른 빛을 누리고, 저마다 다른 빛을 누리니 저마다 다른 이야기가 샘솟습니다.


  인형을 살뜰히 아끼며 즐기는 이승은 님이 인형과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진책 《돌 하우스 그녀들의 이야기》(달과소,2008)를 읽으며 생각합니다. 이승은 님은 인형을 아끼고 따사롭게 돌보니, 늘 인형과 말을 나누고 인형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요. 아이를 낳아 돌보는 어버이라면, 늘 아이를 아끼고 따사롭게 돌볼 테니, 언제나 아이와 말을 나누고 아이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테지요. 인도나 티벳이나 네팔이나 부탄으로 다큐멘터리 사진 찍으러 나들이 다니는 분들은 이곳에서 마주하는 사람들과 삶자리와 숲을 살뜰히 아끼고 마주하면서 이러한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테고요.

  이승은 님은 “소녀는 인형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예쁜 구두나 신나는 게임기도 좋았지만, 그보다 인형이 훨씬 더 좋았습니다(12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예쁜 구두를 더 좋아했다면, 어쩌면 예쁜 구두를 사진으로 담으며 이야기를 빚거나, 예쁜 구두를 신고 나들이를 다니는 삶을 사진으로 보여주었을 수 있습니다. 신나는 게임기를 더 좋아했으면, 어쩌면 새로운 게임을 좇아 자꾸자꾸 나아가면서 이야기나 사진하고는 동떨어진 다른 길을 걸어갔을 수 있습니다.

 

 


  이승은 님이 들려주는 “어른들의 놀이는 끊임없이 감정을 소모했을 뿐, 아무것도 새로 채워 주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문득 어렸을 때 좋아했던 놀이들을 떠올렸습니다. 놀고 난 뒤의 느낌을 떠올렸습니다(15쪽).”와 같은 이야기를 가만히 돌아봅니다. “감정을 소모”한다면 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놀이는 즐거움이니까요. 놀이는 신나게 즐기는 삶이니까요. 놀이는 활짝 웃으며 맑게 부르는 노래이니까요.


  아이들만 놀지 않습니다. 어른들도 놉니다. 아이들만 신나게 놀아야 하지 않습니다. 어른들도 신나게 놀아야 합니다. “감정 소모”나 “감정 소비” 아닌 “마음을 살찌우는 놀이”를 누릴 때에 즐거운 삶이 됩니다. “마음을 밝히는 놀이”를 즐길 때에 아름다운 삶이 됩니다.


  즐겁기에 찍는 사진일 때에 빛이 납니다. 기쁘기에 찍는 사진일 때에 사랑스럽습니다. 신나게 놀며 찍는 사진일 때에 웃음이 스며듭니다. 알뜰살뜰 살아가며 찍는 사진일 때에 따스한 기운이 서립니다.


  이승은 님은 인형과 이야기를 나눕니다. 인형 ‘연두’와 숲마실을 누리다가, “연두가 깨운 숲 속의 잠자는 공주는 제 마음속에 있었나 봅니다(55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요, 공주도 하느님도 왕자도 모두 우리 마음속에 있어요. 꿈도 사랑도 이야기도 모두 우리 마음속에 있어요.


  바깥에서 찾는 공주가 아니고, 먼 곳에서 바라는 하느님이 아닙니다. 동화책이나 연속극에서 찾는 왕자가 아니라, 바로 우리 마음속에서 느끼면서 찾는 왕자입니다. 곧, 사진이란, 누구나 스스로 마음을 읽으면서 찍을 수 있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헤아릴 적에 사진을 즐겁게 찍습니다. 스스로 마음을 사랑할 적에 사진을 착하며 곱게 찍어요.

 

 


  이승은 님은 “미쉘은 아무것도 그릴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물감들을 섞어 보아도 빛나는 햇빛과 반짝이는 잎사귀들을 그릴 색은 만들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58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또, “그대로 계속 주저앉아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겁이 났지만 조금씩 조금씩 걸었습니다. 어쩌며 저는 세상이 가는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길을 잃었어도 괜찮습니다. 길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267쪽).” 하고 이야기합니다. 가만히 생각을 가다듬습니다. 햇빛과 반짝이는 잎사귀를 물감으로 그릴 수 없다고 하지만, 두 눈으로는 똑똑히 바라보아요.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는 햇빛과 반짝이는 잎사귀라 한다면, 물감으로도 사진으로도 제대로 담지 못할 수 있어요. 두 눈이 가장 걸맞고 알맞겠지요. 그런데, 두 눈으로 똑똑히 바라보는 햇빛이라면, 내 눈으로 스며드는 결과 무늬를 마음으로 삭혀서 내 손을 찬찬히 놀려 물감으로나 사진으로나 즐겁게 담을 수 있습니다.


  두 눈으로 바라볼 때하고는 빛느낌이 다를 수 있지만, 마음을 믿고 손을 사랑하면 새로운 빛과 결과 무늬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어요. 마음을 아끼고 손을 보살피면 새삼스러운 빛과 결과 무늬로 그림을 그리고 사진을 찍으면서 이야기 한 자락 새삼스레 길어올려요.


  멋진 모습 보여주는 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남 앞에서 멋지게 보이는 삶을 가꾸어야 하지 않습니다. 나 스스로 누리는 삶을 사진으로 찍으면 됩니다. 놀라운 모습 드러내는 사진을 찍어야 하지 않습니다. 남 앞에서 자랑할 만한 일을 해야 하지 않아요. 나 스스로 즐겁게 맞이하는 하루하루 사진으로 찍으면 됩니다.


  사람이 모델이 될 수 있고, 고양이가 모델이 될 수 있어요. 아파트가 모델이 될 수 있고, 골목집이 모델이 될 수 있어요. 인형이 모델이 되거나 자전거가 모델이 될 수 있어요. 무엇을 모델로 삼든 대수롭지 않아요.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즐거운 웃음꽃이 있으면, 모두 아름다운 사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4346.9.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