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전화

 


  옆지기한테서 전화 한 통 온다. 인천공항에 내렸다고 한다. 아이들 모두 잠든 깊은 저녁나절, 잘 돌아왔구나 싶어 반갑다. 옆지기는 이녁 어버이 계신 일산집에 가기로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일산까지 마실을 하며 거의 석 달만에 어머니를 만나도록 할까 생각하다가도, 가고 오는 길이 만만하지 않아 망설인다. 일산으로 가더라도 옆지기는 여러 사람들 만나러 움직여야 하니 아이들과 놀지 못한다. 그래서, 옆지기가 다른 볼일 다 끝내고 시골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릴까 하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집을 얼마나 잘 돌보며 지냈는가 돌아본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 얼마나 잘 사랑받으며 지냈는가 헤아린다. 두 아이 아침에 일어나면 일찌감치 옆지기한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도록 해야지.


  저녁비가 오고, 저녁나절 풀벌레 노래가 흐른다. 저녁 전화를 받고 한참 싱숭생숭하게 있다. 4346.8.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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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3-08-30 05:16   좋아요 0 | URL
드디어 오셨군요. 그동안 혼자 정말 애 많이 쓰셨고 아이들 엄마도 아이들이 많이 보고 싶었을텐데, 이제 며칠 후면 다 해소 되겠어요.
아이들은 오랜만에 엄마 만나 얼마나 좋아할지, 머리 속으로 그려보고 혼자 빙그레 웃습니다.
배우고 싶은 것이 있을 때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일생을 통털어서요. 옆지기님께 그런 귀한 기회를 갖도록 도와주셨으니 참 훌륭하세요.

숲노래 2013-08-30 08:16   좋아요 0 | URL
아버지도 어머니도
누구나 스스로 즐겁게 배우고 누릴 수 있어야
아름다운 삶 되리라 느껴요.

나중에 아이들도 저마다 어떤 길 가고 싶을 때에
갈 수 있을 때에 즐겁고 아름다울 테고요.

아무튼, 이제 며칠 뒤면 서로 보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