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전화
옆지기한테서 전화 한 통 온다. 인천공항에 내렸다고 한다. 아이들 모두 잠든 깊은 저녁나절, 잘 돌아왔구나 싶어 반갑다. 옆지기는 이녁 어버이 계신 일산집에 가기로 한다. 아이들과 함께 일산까지 마실을 하며 거의 석 달만에 어머니를 만나도록 할까 생각하다가도, 가고 오는 길이 만만하지 않아 망설인다. 일산으로 가더라도 옆지기는 여러 사람들 만나러 움직여야 하니 아이들과 놀지 못한다. 그래서, 옆지기가 다른 볼일 다 끝내고 시골집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릴까 하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집을 얼마나 잘 돌보며 지냈는가 돌아본다. 그동안 우리 아이들 얼마나 잘 사랑받으며 지냈는가 헤아린다. 두 아이 아침에 일어나면 일찌감치 옆지기한테 전화를 걸어 목소리를 듣도록 해야지.
저녁비가 오고, 저녁나절 풀벌레 노래가 흐른다. 저녁 전화를 받고 한참 싱숭생숭하게 있다. 4346.8.29.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