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에 물리는 책읽기

 


  아침저녁으로 우리 식구들 먹을 풀을 뜯을 적에 모기에 물린다. 우리 식구들 먹을 풀이니까 모기 잡는다며 모기약을 뿌릴 일 없고, 농약도 안 친다. 개구리도 풀벌레도 매미도 서로 얼크러져 살아가는 풀밭에서 풀을 뜯는다. 그러니, 이곳에서 모기도 아주 잘 살아간다.


  모기에 물리지만 씩씩하게 풀을 뜯는다. 그러고서 신나게 아침저녁을 차린다. 아침저녁을 콧잔등이 땀 송송 돋도록 바삐 차리니, 이동안 ‘풀 뜯다가 모기에 물린 일’을 까맣게 잊는다. 모기에 꽤 많이 물리지만, 모기 물린 자국은 모두 가라앉는다. 어느 곳도 안 간지럽다.


  아침에 밥을 먹는데 큰아이가 “어제 모기 물린 데 간지러워.” 하고 말한다. “아버지는 안 간지러워?” 하고 묻는다. “아버지는 모기에 물려도, 모기에 물렸다는 생각을 안 하니 안 간지러워. 벼리는 모기에 물리고서 자꾸 모기에 물렸다는 생각을 하니까 간지럽고 붓지.”


  모기에 물렸을 적에는 어떻게 해야 가장 나을까? 가만히 둘 적에 가장 낫다. 모기에 물린 줄 깨끗이 잊으면 가장 낫다. 넘어져서 피가 날 적에는? 이때에도 흙을 톡톡 털고 일어나서 잊고 놀면 된다. 그러면 무릎이 까졌어도 곧 아문다. 내 몸이나 마음에 생채기가 되는 모든 일이란, 또 내 삶과 꿈과 사랑에 스며든 궂은 이야기란, 그저 깨끗이 잊으면 그야말로 깨끗해진다. 생각해야 할 아름다운 꿈을 생각하면 아름다운 삶이 된다. “벼리야, 모기에 물렸으면 네가 이제부터 무얼 하며 놀면 즐거울는지 생각해. 즐겁게 놀다 보면 모기 물린 데는 말끔히 가라앉으면서 한결 튼튼한 벼리가 된단다.” 4346.8.27.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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