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기차에서 (2013.8.17.)
기차에서 그림놀이를 한다. 서울에서 순천까지 오는 네 시간 남짓 한 기찻길에서 아이들이 따분해 하지 않도록 종이 한 장을 주고 크레파스를 꺼낸다. 큰아이는 조금 그리다가 그치고, 작은아이도 조금 끄적거리다가 만다. 작은아이가 끄적거리다가 만 종이를 내가 받아서 이모저모 덧바르면서 새 그림을 그린다. 작은아이가 끄적인 자리는 추임새라 여기면서 우리 아이들 마음속에 깃들 고운 ‘결’을 하나씩 헤아린다. 물결, 바람결, 숨결, 꿈결, 이렇게 네 가지를 바라면서 해와 달과 제비와 사마귀를 차근차근 그려 넣어 마무리짓는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