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 한 마리

 


  아이들이 자다가도 모기 소리를 깨닫고는 잠에서 벌떡 깨어 아버지를 찾곤 한다. 동생이 모기 소리를 듣는 일은 드물고, 언제나 누나가 모기 소리를 듣고는 아버지를 부른다. 나는 아이들더러 “괜찮아. 들어가서 누워. 아버지가 모기 잡을 테니까.” 하고 말한다. 아이들이 다시 잠자리에 누우면, 나는 마루 쪽 불을 켜고는 가만히 서며 귀를 기울인다. 이놈 모기 어디에서 나타나 우리 아이들 잠을 못 자게 하느냐. 몇 분쯤 꼼짝 않고 서서 기다리면 모기는 다시 잉 소리 가늘게 내면서 찾아든다. 이즈음 두 팔을 살며시 뻗는다. 내 팔에 모기가 앉도록 하려는 생각이다. 그러면 참말 모기는 내 팔 가운데 하나를 골라 내려앉고, 나는 몇 초를 더 기다린 뒤 철썩 소리가 나도록 때려잡는다. 아이들은 아버지가 내는 철썩 소리를 듣고는 느긋하게 잠이 든다. 때로는 모기가 큰아이나 작은아이 몸에 내려앉기도 하는데, 이때에는 가볍게 찰싹 때려서 잡는다. 모기를 잡고 나서는 “자, 모기 잡았어. 이제 마음 더 쓰지 말고 잘 자렴.” 하고 말한다. 아이들은 홀가분한 얼굴이 되어 색색 숨소리를 내며 깊이 잠든다. 4346.8.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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