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싶은 책

 


  입고 싶은 옷을 입는다. 옷에 몸을 맞추어 입지 않는다. 입고 싶은 옷을 찾아 내 몸에 맞춘다. 즐겁게 살아가며 신나게 뛰놀기에 알맞춤한 옷을 찾아 내 몸에 맞춘다. 예쁘장한 옷이 있다 하더라도 옷에 몸을 맞출 수는 없다.


  그런데, 어느 때에는 옷 한 벌을 두고 몸을 맞추기도 한다. 내 몸에 맞는 옷이 없기에 몸을 다스린다. 그렇다고 작은 몸뚱이를 크게 할 수는 없으나, 커다란 몸뚱이를 여러 날에 걸쳐 어느 만큼 줄여서 옷을 입는 때가 있다. 옷이 입고 싶다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책에 마음을 맞추어 읽지 않는다. 읽고 싶은 책을 찾아 내 마음에 맞춘다. 즐겁게 살아가며 아름답게 생각하기에 알맞춤한 책을 찾아 내 마음에 맞춘다. 훌륭하거나 대단하다는 책이 있다 하더라도 책에 마음을 맞출 수는 없다.


  그러나, 어느 때에는 책 한 권을 두고 마음을 맞추기도 한다. 내 마음에 맞는 책이 없기에 마음을 다스린다. 그렇다고 마음에 덜 차는 책을 읽기란 수월하지 않다. 내 마음이 아직 덜 되었으면 제대로 못 삭힐 수 있다.


  마음에 덜 차는 책이라면 생각을 추스른다. 어느 책을 읽어도 스스로 아름다운 열매를 얻을 수 있으면 넉넉하다고 생각하면서 책을 마주한다. 내 마음에 꼭 맞는 책을 찾을 때에 가장 아름다울 텐데, 내 마음에 안 맞는 책이라 하더라도 삶을 밝히고 길을 트며 사랑을 속삭이는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으면 언제나 아름다우리라 느낀다.


  내 마음이 아직 덜 되어 제대로 못 삭힐 만한 책이라면, 날마다 차근차근 마음을 갈고닦는다. 책에 맞추는 마음이라기보다, 한결 아름다이 거듭나면서 한결 씩씩하게 살아갈 슬기를 얻고자, 책 한 권 앞에 두고서 기쁘게 땀을 흘린다. 마음을 북돋우며 책을 만난다. 마음을 살찌우며 책을 마주한다. 책에 깃든 알맹이를 알알이 누리고 싶어 마음을 한껏 가다듬는다.


  읽고 싶은 책이란 마음에 웃음이 자라도록 이끄는 책이다. 읽고 싶은 책은 늘 내 둘레에 있다. 읽고 싶은 책을 손에 쥐어 날마다 새 마음이 되고 새 생각 솟도록 꾀한다. 4346.8.21.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 언저리)

 


댓글(2)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8-21 10:50   좋아요 0 | URL
옷도 책도 다, 제 몸에 편안하게 맞아 즐겁고
제 마음이 스며들어 저절로 기쁜 빛 피어나는
그런 즐거운 책읽기,가 좋습니다~

숲노래 2013-08-21 15:16   좋아요 0 | URL
늘 즐겁게 삶 누리면서
아름답게 책 만나시리라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