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842) 칠하다漆 1 : 색깔들을 칠하기 시작했고

 

신들은 그 새를 잡아 새의 몸에 색깔들을 칠하기 시작했고, 꽁지도 기다랗게 늘여 색깔들을 칠해 놓았지
《마르코스/박정훈 옮김-마르코스와 안토니오 할아버지》(다빈치,2001) 29쪽

 

  “새의 몸에”는 “새 몸에”나 “몸에”로 다듬고, ‘색(色)깔’은 ‘빛깔’로 다듬습니다. “-하기 시작(始作)했고”는 “-했고”로 손봅니다.


  ‘칠(漆)하다’는 “빛깔이나 빛을 내는 것을 겉에 바르다”를 가리키는 외마디 한자말입니다. “도화지에 크레용을 칠하다”나 “손톱에 매니큐어를 칠하다”처럼 쓰는 낱말인데, 예부터 한국말로는 ‘바르다’를 썼어요.

 

 색깔들을 칠하기 시작했고
→ 빛깔을 입혔고
 꽁지에도 색깔들을 칠해 놓았지
→ 꽁지에도 빛깔을 입혀 놓았지
→ 꽁지에도 빛깔을 발라 놓았지
 …

 

  빛깔은 ‘입힌다’고 말합니다. 크레용이나 물감은 ‘바른다’고 말합니다. 물은 ‘들인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이 모든 낱말이 어느 결에 사라지면서 ‘漆하다’ 한 마디만 덩그러니 남는군요. 4340.3.4.해./4346.8.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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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은 그 새를 잡아 몸에 빛깔을 입혔고, 꽁지도 기다랗게 늘여 빛깔을 발라 놓았지

 

..

 

 우리 말을 죽이는 외마디 한자말
 (1307) 칠하다漆 2 : 페인트칠하다

 

곧 파괴될 것 알면서 새로 페인트칠한 / 그곳의 지붕을 닮았다
《이문숙-한 발짝을 옮기는 동안》(창비,2009) 100쪽

 

  “파괴(破壞)될 것 알면서”는 “부서질 줄 알면서”나 “헐릴 줄 알면서”나 “망가질 줄 알면서”로 다듬습니다. “그곳의 지붕”은 “그곳 지붕”으로 손봅니다.

 

 새로 페인트칠한
→ 새로 페인트를 바른
→ 새로 페인트를 입힌
 …

 

  아이들은 어버이 말을 배웁니다. 어버이부터 빛깔이나 페인트나 물감을 ‘바른다’거나 ‘입힌다’고 말하지 않기 일쑤입니다. 오늘날 어버이는 으레 ‘칠한다’고만 말합니다. 학교에서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외마디 한자말 ‘칠하다’는 언제부터 이렇게 널리 쓰였을까요. 외마디 한자말 ‘칠하다’는 왜 이렇게 널리 쓰여야 할까요. 4346.8.20.달.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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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무너질 줄 알면서 새로 페인트 바른 / 그곳 지붕을 닮았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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