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함께 - 사진을 남기는 어버이
우리 집 아이들 살아가는 모습을 날마다 꾸준히 사진으로 담으며 생각한다. 나는 이 아이들이 예쁘다고 여겨 사진을 찍는가? 그저 우리 집 아이들이니까 사진으로 담는가? 틀림없이 이쪽도 저쪽도 아니라 할 텐데, 나는 왜 우리 아이들 삶을 사진으로 꾸준히 적바림하는가?
어제 낮, 신나게 노는 아이들 바라보며 사진을 몇 장 찍다가, 문득 나도 모르게 한 마디 새어나온다. “얘들아, 너희들 자라면, 너희 아버지가 너희를 찍은 사진으로 아름다운 이야기 실컷 엮어서 펼쳐 보이렴. 그러면 이 사진만으로도 너희는 알뜰살뜰 먹고살 만한 살림이 될 수 있어. 그러면서 너희는 너희가 가장 하고픈 일을 즐겁게 하면서 이 땅에서 환하게 빛나렴.”
문득 터져나온 말마디를 돌아본다. 내가 어버이로서 찍는 아이들 사진은 고스란히 ‘아이들한테 남는 몫’이 된다. 어버이인 나는 돈을 그다지 못 모았으나, 사진만큼은 알뜰히 모았고, 사진책도서관을 꾸리면서 사진책을 살뜰히 건사했다. 이 사진과 사진책으로 아이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엮고 맺어 선보인다면 참 놀라운 사진빛이 되리라 느낀다. 나는 어버이로서 내 나름대로 바라본 눈길로 내 이야기를 선보일 테지만, 아이들은 어버이와는 또 다른 눈길로 이녁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겠지.
어떤 이야기가 태어날 수 있을까. 어떤 이야기가 태어나서 우리 둘레 어여쁜 이웃한테 고운 삶빛 북돋울 만할까. 어떤 이야기가 태어나면서 우리 삶자락을 포근하게 감싸면서 넉넉하게 살찌우는 밑거름이 될까.
하루하루 씩씩하게 자라는 아이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흐뭇하다. 이렇게 흐뭇한 삶을 날마다 몇 장씩 꾸준히 사진으로 찍어서 아로새길 수 있는 대목 또한 기쁘며 반갑다. 삶이란, 사진을 찍는 삶이란, 사진을 찍으며 스스로 빛내는 삶이란 무엇일까. 바로 사랑이리라. 4346.8.14.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사진책 읽는 즐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