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숲길 책읽기
대구에서 안동으로 들어서는 시외버스를 탄다. 대구부터 태백까지 달리는 시외버스는 안동에서 먼저 선 다음 태백까지 달린다고 한다. 시외버스는 대구 시내 벗어나면서 왼쪽과 오른쪽 모두 나무 우거진 숲 사잇길을 달린다. 이곳은 어느 시골일까, 여기는 어디 멧자락일까, 하고 곰곰이 헤아려 본다. 대구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이렇게 시골이 있고 숲이 있네, 하면서 놀란다. 그렇지만, 바깥 들과 숲을 한껏 누리지 못한다. 씽씽 달리는 버스 소리에 갇히고, 너무 빨리 달리는 시외버스에서는 바깥 푸른 물결을 느긋하게 돌아보지 못한다. 모두 휙휙 지나치는 ‘풍경’ 또는 ‘구경거리’이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찻길은 모두 시골마을이나 숲이나 멧자락을 가로지른다. 어쩔 수 없을 텐데, 도시와 도시 사이는 모두 시골이거나 들이거나 숲이거나 멧자락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구불구불한 오래된 찻길, 이른바 지방도로가 아니고서야 모두 고속도로나 고속국도이다. 제아무리 빼어난 숲이 이루어졌다 한들, 참말 푸르게 우거진 여름숲이라 한들, 자동차를 달리는 사람들은 나무나 풀을 바라보지 않는다. 아니, 100킬로미터 120킬로미터 140킬로미터로 무시무시하게 달리는 자동차에서 어찌 옆을 돌아보겠는가. 앞지를 만한 다른 자동차가 있는지 살피고, 길알림판을 바라보며, 조금이나마 자동차가 삐끗하거나 흔들리지 않게 하려고 마음을 기울일 뿐이다. 백 킬로미터 넘는 빠르기로 달리니, 숲을 돌아보다가 손잡이를 잘못 돌리거나 만지면 그만 자동차가 뒤집어지리라. 자동차를 몰면서 숲을 누릴 수는 없다.
애써 찻길을 아름다운 숲 사이로 지나가도록 닦았다 하지만, 그저 숲 사이를 지나갈 뿐, 어느 누구도 숲길을 달린 줄 깨닫지 않으며 생각하지 않고 되새기지 않는다. 숲 사이를 지나가더라도 창문을 열며 숲바람을 마시지 않는다. 고속도로 달리며 창문 활짝 열어 숲바람 마시겠다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마 고속도로에서 창문을 연다면 옆을 싱싱 스치는 자동차 바퀴 소리에 귀가 찢어질는지 모른다. 4346.8.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꽃과 책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