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치마 내가 빨래


 

  고흥 시골집을 며칠 떠나 안동 시골집으로 나들이를 온다. 안동 시골집에 예쁜 이웃이 살아간다. 예쁜 이웃을 만나러 나들이를 온다. 우리 집 여섯 살 큰아이와 또래동무인 여섯 살 가시내가 안동 시골집에 있다. 두 아이는 서로 잘 놀고 살짝 다투다가도 다시 잘 놀며 어울린다. 씻기고도 또 신나게 노느라 땀투성이 되는 아이들이다. 다시금 씻기며 치마를 빨자 하니 고개를 끄덕이는데, 큰아이가 문득 “내 치마 내가 빨래!” 하고 외친다. 그래, 네가 빨겠니? 빨아 보렴. 대야에 물을 받아 비비는 시늉을 하지만 비빔질도 헹굼질도 아니다. “벼리야, 치마에 비누질 했니?” “아니.” “벼리야, 이 치마를 빠는 까닭은 네가 놀며 땀을 많이 흘렸기 때문이야. 그렇게 비비기만 해서는 땀내 안 빠져. 치마는 아버지가 빨 테니까 벼리는 벼리 속옷을 빨아.” 하고는 치마와 속옷에 비누를 묻힌다. 치마는 아버지가 비빔질을 새로 한다. 여섯 살 큰아이가 아버지 곁에서 아버지 빨래하는 모습을 살피며 제 속옷을 비빈다. “그렇게 서서 하지 말고 앉아서 빨아. 서서 하면 허리가 아파.” 비빔질 어느 만큼 한 듯싶어, 대야에 물을 부어 준다. “자, 이제는 헹구자.” 다섯 차례 새 물로 헹군다. 우리 시골집 아닌 이웃집에 나들이를 와서 손빨래를 곁에서 함께 한다. 물짜기를 할 힘은 아직 모자라니, 아버지가 물짜기를 맡아서 한다. 옷걸이에 꿰며 말한다. “자, 이제 잘 마르고 이튿날 아침에 예쁘게 입을 수 있게 해 주셔요.” 4346.8.15.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빨래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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