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읽고 싶은 글
시골마을에서는 아이가 읽어 달라 얘기하는 ‘글 적힌 알림판’이 드물다. 도시로 나들이를 나오니, 이곳에도 글 저곳에도 글이다. 그런데, 시외버스 걸상 뒤판에 적힌 글을 비롯해, 도시에 가득한 글은 온통 광고하는 글이다.
여섯 살 큰아이는 한글을 꾸준히 익히면서 새롭게 보는 글을 즐겁게 읽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이와 달리 우리 사회를 이루는 어른들은 돈을 더 벌도록 물건을 더 팔고 싶은 광고와 홍보만을 꾀하는 글판(알림판)을 붙인다.
아이와 함께 누구나 즐겁게 바라볼 만한 글판은 어디에 있을까. 삶을 밝히면서 사랑을 빛내는 글을 붙이면서 마을과 보금자리를 돌보려는 어른은 몇이나 있을까. 어른들은 어떤 글을 써서 둘레 사람들한테 읽히려고 하는가. 4346.8.13.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글쓰기 삶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