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가 앉은 빨랫줄
빨랫줄을 워낙 즐기다 보니, 살림집 새로 옮길 적에는 언제나 빨랫줄 드리울 자리부터 알아보고 맨 먼저 빨랫줄부터 엮곤 했다. 빨랫줄을 쓰지 못하면 여러모로 갑갑하거나 답답하다고 느꼈다. 옷가지뿐 아니라 이불을 널 만한 빨랫줄 바라면서 살았고, 빨랫줄에 잠자리나 멧새 내려앉는 모습 지켜보며 혼자서 흐뭇해 하곤 했다.
마을 이웃들은 우리 집 마당 초피나무를 볼 때마다 ‘왜 초피 열매 안 훑고 그대로 두느냐’고 말한다. 곧장 비닐봉지에 담아 훑어 가려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초피 열매는 멧새가 겨우내 맛나게 먹는 나무열매가 되곤 한다. 겨우내 봄내 배고픈 멧새에다가 참새까지, 우리 집 마당가 초피나무 열매를 먹는다. 동백꽃 봉오리를 쪼아서 먹기도 하고, 후박나무에서 벌레를 찾는다든지 남은 열매 있나 살피곤 한다. 이러면서 가끔 빨랫줄에 앉아 우리 집 부엌에 대고 조잘조잘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작은 새들 아끼며 따로 쌀알 내어주기도 하는데, 이 작은 새들이 밭이나 논에서 알곡과 씨앗 조금 쪼아먹는다고 미워하지 않을 수 있기를 빈다. 얼마나 작은 새인가. 우리들은 이 지구별에서 얼마나 작은 목숨인가. 온 우주를 통틀면 우리 지구별은 또 얼마나 작으며, 서로서로 아끼며 감쌀 사랑스러운 숨결인가.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