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21] 멸구만 잡는 친환경농약
― 사라지는 제비·개구리·매미·잠자리

 


  다음주에 또 항공방제를 한답니다. 올 2013년 들어 벌써 세 차례입니다. 다음주에 항공방제를 하면, 그무렵에 맞추어 고흥 시골집을 비울 생각입니다. 새벽부터 저녁까지 온 마을에 농약내음 그득 퍼지는 꼴 보기 싫을 뿐 아니라, 냄새가 고약해서 창문을 못 여니, 이 무더운 한여름에 푹푹 찌면서 애먹을 테니, 차라리 시골을 떠나 도시에서 여러 날 보내야겠다 싶기도 합니다. 오늘날 한국에서는 전남 고흥 시골에서만 항공방제를 하지 않고, 모든 시골에서 골고루 항공방제를 하고 농약을 뿌려대니, 여름 햇볕 내리쬐는 이 아름다운 날에 정작 시골에서 느긋하게 지내지 못합니다.


  농협 관계자와 면사무소에서는 ‘멸구와 나방을 잡는 친환경농약 살포 항공방제’를 한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이 친환경농약 항공방제가 지나간 논에서 개구리 몽땅 죽었고, 개구리 죽으면서 잠자리와 나비도 나란히 죽었으며, 곁들여 매미와 사마귀와 메뚜기와 방아깨비와 귀뚜라미까지 잇달아 죽었습니다. 그리고, 마을에 해오라기와 멧새 날갯짓 사라질 뿐 아니라, 시골집 처마마다 한둘씩 있는 제비집에 제비들이 깃들지 않아요.


  멸구만 잡는 친환경농약이 있을까요. 나방만 잡는 친환경농약은 사람 몸에 어떻게 스며들까요. 개구리와 나비도 죽는데, 잠자리와 제비도 죽는데, 이런 친환경농약이 사람 몸에는 나쁘지 않다는 말을 어떤 학자와 전문가와 교수와 농협 조합장이나 관계자가 밝힐 수 있을까요.


  올여름에 마을에 제비가 거의 다 사라지고 말았는데, 다음해 봄에 우리 마을에 제비가 돌아올 수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제비를 볼 수 없는 곳을 시골이라 해도 될는지 모르겠습니다. 제비와 노래할 줄 모르고, 제비와 춤출 줄 모르는 사람이 시골사람이 될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