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자리
인천에서 형이 전남 고흥으로 나들이를 왔다. 밤 한 시까지 이야기를 하다가 잠자리에 든다. 형더러 대청마루에서 자라고 말한다. 대청마루는 우리 시골집에서 가장 시원한 곳이다. 바람 잘 들고, 풀벌레 밤노래 상큼하면서 가장 우렁차게 들을 수 있는 자리이다. 나는 아이들 사이에서 드러누워 자야 하지만, 곧잘 아이들끼리만 재우고는 두 아이 사이에 큰 베개를 놓고 대청마루로 나와 혼자 드러눕곤 한다. 대청마루에 드러누워 한밤과 새벽을 보내면 아침에 얼마나 개운한지!
우리 집 풀밭에서 노래를 부르는 풀벌레 이야기를 듣는다. 저마다 다 다른 노래로 서로서로 다른 삶을 속삭인다. 밤새 조곤조곤 속삭인다. 아름답게 살아가며 사랑스레 북돋우는 꿈을 속삭인다. 4346.8.8.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