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한 줌 바라보는 어린이
여름날 저녁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마당에 쪼그려앉아 흙을 만지는 아이를 바라본다. 어쩜 이리 고운 모습일 수 있을까. 내가 이 아이만 하던 때에도 이렇게 쪼그려앉아 햇살을 등에 지고 그림자를 이루면, 이 모습이 이토록 고운 빛과 무늬였을까. 손가락으로 콕 찌르기도 하고 두 손으로 모아 사르르 쏟기도 하면서 흙 한 줌 바라보는 아이를 마냥 지켜본다. 아이야, 너는 흙 한 줌에서 무엇을 보았니. 4346.8.6.불.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