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여관에서 묵으며

 

 

  전남 순천에 있는 헌책방 〈형설서점〉에서 사진잔치를 연다. 책방에 내 책들 갖다 놓아야 하고, 사진을 붙여야 하며, 도록과 엽서와 포스터를 갖다주어야 하기에 짐이 많았는데, 헌책방지기가 순천서 고흥으로 나들이를 와 주셨기에 홀가분하게 순천마실을 한다. 문방구에 들러 이것저것 장만하고 밥집에 들러 아이들 밥을 먹인다. 붙일 사진을 골판색종이에 붙인다. 이러구러하느니 시간이 퍽 늦어 여관에서 묵고 이튿날 더 일을 해서 마무리짓기로 한다.


  작은아이는 바깥에서 오줌을 누거나 똥을 눌는지 모르나 늘 옷을 여러 벌 챙겨 다닌다. 큰아이 갈아입힐 옷은 미처 챙기지 않았다. 저녁에 느즈막하게 시골집으로 돌아가리라 생각했으니까. 아이들은 한창 신나게 뛰놀 나이인 터라, 갈아입혀야 할 옷이 있어야 한다. 저녁에 깊어 이마트에 들른다. 큰아이 새 치마와 속옷 한 벌 장만한다. 큰아이 새 치마 장만할 적에는 제대로 못 보았는데, 새 치마 천이 좀 두꺼운 듯하다. 더운 여름날 입기에는 이튿날에 좀 땀 많이 쏟을는지 모르겠다. 그러면, 여관에서 빨래한 치마로 갈아입혀야지.


  개구지게 뛰논 아이들은 쉬 곯아떨어진다. 한참 자장노래를 부른다. 아이들 다리를 주무른다. 발가락 하나하나 만지작거리면서 부디 즐거이 잠들고는 이튿날에 새롭게 뛰놀 수 있기를 빈다. 이 조그마한 발로 새삼스레 재미나게 새 놀이를 찾고 이 땅 튼튼하고 야무지게 디딜 수 있기를 빈다. 4346.8.4.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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