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팔다
즐겁게 읽은 책을 헌책방에 즐겁게 내놓습니다. 내가 헌책방에 내놓은 책은 누군가 즐겁게 알아보고는 기쁘게 장만해서 읽을 테지요. 내가 헌책방으로 나들이를 가서 알아보고는 기쁘게 장만해서 읽은 책은 누군가 즐겁게 읽고 나서 스스럼없이 내놓은 아름다운 책일 테고요.
나는 책 한 권 즐겁게 읽고 나서 아름다운 넋을 얻습니다. 그러고는 이 책들을 즐겁게 내놓고는 내 이웃들이 즐겁게 만날 수 있기를 꿈꿉니다. 언제나 새롭게 나를 일깨우는 책을 만나러 책마실을 다닙니다. 내 이웃은 내 이웃대로 책 한 권 기쁘게 읽고 나서 사랑스러운 넋을 누립니다. 그러고는 이 책들을 살포시 내놓아 다른 이웃과 동무가 사랑스레 만날 수 있기를 바라지요. 늘 새롭게 마음밭 살찌우는 책을 만나고 싶어 책마실을 다녀요.
책을 파는 사람이 있어 책을 사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을 사는 사람이 있기에 책을 파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을 읽는 사람이 있어 책을 쓰는 사람이 있습니다. 책을 쓰는 사람이 있어 책을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서로 하나로 얽혀 이어집니다. 서로 아름답게 만나고, 다 함께 기쁘게 어울립니다. 책 하나가 징검돌 되어 사람과 사람이 이어지고, 글 한 줄이 징검다리 되어 사랑과 꿈이 이곳과 저곳을 따사로이 잇습니다. 4346.8.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헌책방 언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