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속의 자전거 4
미야오 가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2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책 즐겨읽기 259

 


자전거를 타는 마음
― 내 마음속의 자전거 4
 미야오 가쿠 글·그림
 박윤정 옮김
 서울문화사 펴냄,2002.8.25.

 


  마음이 있을 때에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어린이도 어른도 모두, 스스로 자전거를 타고 다니겠다는 마음이 있을 때에 자전거를 탑니다. 마음이 없을 때에 자전거를 못 탑니다. 돈이 있대서 자전거를 타지 않습니다. 시간이 넉넉하대서 자전거를 타지 않습니다. 살을 빼거나 몸집을 매끈하게 닦고 싶대서 자전거를 타지 않아요. 이런 분들은 그저 헬스클럽 같은 데를 나가겠지요.


  마음이 있을 때에 밥을 맛있게 짓습니다. 한솥밥 먹는 살붙이와 즐겁게 아침저녁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 있을 때에 밥을 맛있게 짓습니다. 으리으리한 부엌이 있어야 밥을 맛있게 짓지 않아요. 무슨 자격증이나 경력증명서 있을 때에 밥을 맛있게 짓지 않습니다. 언제나 마음으로 짓는 밥이요, 마음으로 먹는 밥입니다.


  곧, 마음이 있으면 자전거도 타고 밥도 지으며, 사랑도 할 수 있습니다. 마음을 세워 옷 한 벌을 깁고, 마음을 기울여 글 한 줄을 씁니다. 마음을 닦아 꿈을 키우고, 마음을 다스려 아이들과 즐겁게 놉니다.


- “그럼 제일 싼 게, 우리 ‘아줌마 자전거’ 5대 값이란 말야?” “오빠들. 자전거는 가격이 다가 아냐.” “무슨 소리야? 비싸니까 저렇게 빠르지.” “응, 것두 그런데. 그게 다는 아냐.” (9쪽)
- “왜 (자전거를) 차! 자전거가 불쌍하지도 않아?” “그런 그지 깽깽이가 뭐가 불쌍해? 5년 전 슈퍼에서 산 19800엔짜리 싸구린데. 무겁고, 촌스럽고, 허접한 자전거.” “자전거는, 자전거는 가격이 다가 아냐! 이 자전거 역시, 허접하지 않아!” (17쪽)

 


  자가용을 몰 적에도 마음이 있기 때문에 몰지 않는가, 하고 묻는다면, 네 그렇지요, 하고 말합니다. 자가용을 몰겠다는 마음이 있으니 자가용을 몹니다.


  그러면 생각할 노릇이에요. 나로서는 내가 좋아서 자가용을 모는데, 이 자가용을 모는 동안 내 삶터나 둘레 모습은 어떻게 될는지 가만히 생각을 해 볼 노릇이에요.


  자가용을 몰아 퍽 멀리 꽤 먼 데까지 오갈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타거나 두 다리로 걷는다면 자가용을 모는 사람처럼 휘리릭 오가지는 못합니다. 서울사람은 전남 고흥까지 자가용 달려 하룻밤 사이에 오갈 수 있겠지요. 참말, 스스로 자가용으로 달려 가고픈 데를 갈 수 있어요.


  자전거를 타는 나는 사흘이나 나흘쯤 들여 자전거로 전남 고흥부터 서울까지 달릴 수 있습니다. 자전거에 수레를 붙여 아이들과 달린다면 얼추 열흘이나 보름쯤 잡으면 달릴 만하리라 생각합니다. 아니면, 자전거는 내려놓고 시외버스나 기차를 타지요. 가려는 데만 생각하면, 가려는 데로만 가면 돼요. 전남 고흥부터 서울로 가는 동안, 또 서울에서 전남 고흥으로 돌아오는 동안, 여러 이웃마을 가만히 돌아보거나 느끼고 싶다면, 두 다리로 걷거나 자전거를 탈 노릇이에요. 천천히 쉬엄쉬엄 오갈 노릇입니다. 자가용을 모는 이들이라면 20∼30킬로미터 빠르기로 느긋하게 달리면, 둘레를 이럭저럭 살필 만합니다. 이렇게 자가용으로 달리다가도 자주 멈추어서 들소리와 숲소리를 듣는다면, 한결 한갓지면서 아름다운 마실을 누릴 수 있어요.


  곧, 마음으로 누리는 삶입니다. 마음이 있기에 두 다리 씩씩하게 걸어요. 마음이 있기에 두 다리 튼튼하게 자전거를 달려요. 마음이 있기에 자가용을 몰 적에도 즐거우며 아름다운 나들이를 누려요.


-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타던 거라 여기저기 성한 데가 없어.” “진짜? 어쩌지 작더라니. 다리가 남아돌잖아.” “헤헤, 그치만 좀만 더 참으면 돼. 크리스마스 때 새 자전거 사 주신댔으니까!” “와, 좋겠다. 어떤 걸루?” “비치크루저.” (60쪽)
- “이거 괜찮은데!” “예?” “예는 무슨! 이 자전거랑 고양이 말야.” “아, 그건 습작인데요.” “이거야, 이거! 내가 바랐던 게 바로 이거야. 이런 소재를 그리는 사람은 별로 없거든! 이 그림엔 무엇보다도 따뜻함이 있어!” (91쪽)

 


  어떤 마음이 될 때에 즐거운지 생각해요. 어떤 마음이 될 때에 이맛살을 찡그리는지 생각해요. 어떤 마음이 될 때에 나부터 싱긋 웃으면서 사랑스레 말마디 건네는가를 생각해요. 어떤 마음이 될 때에 울컥 성을 내면서 새된 소리 쏟아내는가를 생각해요.


  프랑스 파리 뒷골목을 걸어야 제맛일는지, 인천 골목동네를 거닐면 제맛이 안 날는지 생각해 보아요. 생각해 보고, 스스로 몸으로 겪어요. 프랑스 파리 뒷골목에도 가 보고, 인천 골목동네도 예닐곱 시간쯤 거닐어 보아요. 아니, 프랑스 파리 뒷골목 언저리에서 여러 날 묵으며 골목마실 누리고 나서, 인천 골목동네 조그마한 여관에 묵으며 여러 날 골목동네를 새벽부터 밤까지 천천히 거닐어 보아요.


  관광지에 놀러갈 수 있어요. 관광지 아닌 여느 시골마을 찾아다니며 천천히 걸어다닐 수 있어요. 예전에는 ‘무전여행’이라고 해서 두 다리에 기대어 이 나라 골골샅샅 걷던 젊은이 있었는데, 요즈음은 이런 젊은이는 찾아보기 어려워요. 뭐, 젊은이 아니면 어떻고 어린이라면 어떻겠어요. 마을 한 곳을 걷고, 이웃한 다른 마을 가만히 생각해요. 저마다 어떤 삶터인지를 살피고, 마을마다 어떤 이야기 감도는가를 몸으로 깊이 느껴요. 바람소리와 풀내음을 맡아요. 하늘빛과 풀빛을 바라보아요. 나무그늘에서 땀을 들이고, 풀벌레와 개구리 노랫소리를 즐겨요. 겨울에는 숲에 쌓인 눈을 조금씩 떠서 맛보며 걸어다닐 수 있어요.


- “니 아동용 자전거가 내 P-3한테 되겠어? 이겨도 기분이 그저 그럴 것 같아.” “이거 아동용 아냐. 미니벨로란 거지. 그리고, 그런 건 이기고 나서나 말해.” (125쪽)
- “회사까지? 말도 안 돼. 무려 15km나 되는 거리야. 나 같은 아저씨 체력으로는.” “그러게. 이건 브롬톤이라니까요. 가실 수 있는 데까지 가시다, 힘들면 접어서, 버스나 전철로 갈아타시면 그만이에요.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목적지인 회사는 하나라도, 거기로 가는 길은 많잖아요.” (148쪽)

 


  미야오 가쿠 님 만화책 《내 마음속의 자전거》(서울문화사,2002) 넷째 권을 새삼스레 들추어 다시 읽습니다. 판이 끊어진 지 오래되어 헌책방에서 찾아보는 만화책입니다. 여느 도서관 가운데 이 만화책 갖춘 데는 거의 없을 테고, 초·중·고등학교 도서관이나 대학교 도서관에서 이 같은 만화책 갖춘 데 또한 거의 없으리라 느껴요. ‘자전거 만화책’이건 ‘여느 만화책’이건 도서관에서는 이야기와 줄거리와 생각과 마음을 살펴서 갖추지는 못해요. 아직 이 나라 넋과 얼은 퍽 낮습니다. 아니, 넋과 얼이 낮다고 하기보다는, 마음이 없다고 해야겠지요. 마음이 없으니 생각이 없어요. 생각이 없기에 사랑을 떠올리지 못해요. 사랑을 떠올리지 못하니 꿈을 그리지 못합니다. 만화책 한 권을 살피는 마음 한 자락에서 비롯하는 너른 꿈이 있는데, 이러한 이야기를 살필 수 있다면, 즐겁게 《내 마음속의 자전거》를 읽을 뿐 아니라, ‘자전거를 타며 그렇게 온누리 바라보는 눈길이 달라지나?’ 하는 대목을 깨달으리라 생각해요.


- “아빠도 그 오빠 자전거 봤죠? 그건 안장을 아무리 높여도 너무 작아요. 그 오빠 어쩜, 평생 자전거의 진짜 가치를 모르고 죽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니, 자전거뿐만이 아냐. 그 키면 더 많은 걸 볼 수 있을 텐데.” (166쪽)
- “비싼 자전거가 꼭 손님한테 좋은 자전거라고 할 순 없습니다.” “난 수수께끼놀이를 하러 온 게 아니에요.” “즉, 손님은 제일 싼 이 세발자전거는 못 탄다는 거죠. 너무 작으니까. 그리고 지금 저희 가게 물건 중에선 이 여행용 자전거가 제일 비싸지만, 이건 프레임 사이즈가 너무 커서 손님한테 안 맞습니다. 자전거의 주인공은 그걸 타는 사람이에요. 손님 몸에 맞는 게 아니면 아무리 싸도, 비싸도 의미가 없습니다.” (191∼192쪽)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자전거에 기름 한 번쯤 바르면서 타는 아이나 어른을 보기 어렵습니다.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기어나 체인이나 브레이크나 안장을 찬찬히 살피며 자전거를 타는 아이나 어른을 만나기 어렵습니다. 자전거를 ‘값’이 아닌 ‘삶’으로 여겨 즐기는 사람을 마주하기 어렵습니다.


  돈이 있기에 장만하는 값진 자전거는 아닙니다. 마음이 있기에 내 몸에 맞는 자전거를 생각합니다. 마음이 있기에 이 자전거를 내 온몸으로 움직여 너른 이웃마을 살피는 하루를 누립니다.


  자전거를 타는 마음은, 스스로 하루를 즐겁게 살아가는 마음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마음은, 스스로 지은 맛난 밥을 살붙이와 아름답게 누리는 마음입니다. 자전거를 타는 마음은, 사랑을 속삭이는 이야기 아끼는 마음입니다. 4346.8.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만화책 즐겨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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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8-02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 마음속의 자전거> 2권,을 참으로 즐겁게 읽었습니다~
"아오바 자전거포"를 중심으로 피어나는, 자전거와 자전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매회 이야기들이 마음에 흠뻑 들어와...이제야 비로소 '자전거'를 타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답니다.^^ 그리고 이 귀한 책을 즐겁게 보내주신 함께살기님의 소중한 마음을 더욱
감사히 깨달았구요~. 마트를 가면서도 오늘은 자꾸 자전거가 눈에 보였습니당..ㅎㅎ
다시금 감사드리며, 헌책방에서 <내 마음속의 자전거> 다른 권들도 만날 즐거운 기대를 해봅니다~


숲노래 2013-08-02 21:45   좋아요 0 | URL
전권(1~13)을 선물하고 싶지만, 전권 장만하기는 퍽 어려워요.
이번에 겨우 낱권으로 몇 권을 장만할 수 있어서
이 가운데 하나를 선물로 부칠 수 있었어요.

참 아름다운 책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