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그림 읽기
2013.7.27. 큰아이―빨간 해

 


  큰아이가 해를 빨갛게 그렸다. 게다가 햇살이랍시고 빨간 동그라미 둘레에 줄을 죽죽 그었다. 이런 엉터리 해를 어디에서 보았니? 갑자기 확 짜증이 솟는다. 곰곰이 생각하니, 큰아이가 본 어느 만화, 아마 뽀로로 만화였겠지, 그런 데에 나오는 해를 그대로 따라 그렸구나 싶다. 그러면, 그런 만화를 보여준 내가 잘못했다. 아이는 해가 그렇게 나오니 그러려니 하고 여기며 그림으로 옮겼을 뿐이다. 이날 낮, 두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발포 바닷가로 달린다. 바닷가를 다녀오며 해를 자꾸 쳐다보게 한다. 가물가물 기울어지는 해도 바라보게 한다. 노을이 물들지 않을 적에는 해가 빨갛게 안 보인다. 노을이 아주 붉게 물들어야 비로소 해도 빨갛게 보인다. 저 먼 바다 끝으로 해가 천천히 떨어질 적이 되면 비로소 발그스름하게 보이지만, ‘빨갛게’까지 보이는 일은 드물다. 해를 빨갛게 그리자면, 저 먼 바다 끄트머리에 살짝 고개를 내밀 언저리여야 한다. 새벽에 일어나는 아이를 불러 새벽해를 보게 한다. 자, 벼리야, 해가 어떤 빛깔이니. 햇살이 어떻게 퍼지니. 만화로 보는 해가 아니라, 네 눈으로 스스로 본 해를 그리자. 네가 몸으로 느끼고 네가 살갗으로 받아들인 해를 그리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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