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개구리 생각하는 마음
보름 앞서 마을에 항공방제 쳐들어오니 여러 날 개구리 밤노래 싹 죽었어요. 그러더니 나흘 지나고부터 개구리 밤노래 가늘게 몇 가락 살아났어요. 이럭저럭 개구리 밤노래 날마다 조금씩 더 살아난다 싶더니, 어느 날 갑자기 모조리 사라지데요. 아하, 항공방제 지나갔어도 마을 할배와 할매 낮에 논밭에 농약 뿌리느라 개구리 모조리 숨을 거두는군요.
오늘까지 닷새째 논개구리 밤노래 한 가락조차 안 들려요. 오늘은 퍽 느즈막한 때에 자전거를 타고 여러 이웃마을 돌았는데, 이웃마을에서도 개구리 노랫소리 한 가락도 못 들었습니다.
도시라면 어쩔 수 없을 테지만, 시골에서 개구리가 여름날에 노래를 부르지 못한다면, 이러한 시골에서 거두는 곡식과 푸성귀와 열매가 사람들 몸에 도움이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
마을 어르신들 농약 치는 횟수 늘 적마다 마을에 제비 숫자 부쩍 줄어듭니다. 우리 집 제비도 이제 다시 안 찾아옵니다. 우리 집 처마에서 지난해에 알을 깬 다섯 마리하고, 어미 두 마리, 요 달포 남짓 한 차례도 못 보았어요. 마을 이웃집 처마에 제비집 만든 다른 제비들도 거의 만나지 못해요.
개구리만 죽나요. 개구리가 죽어서 사라진 시골에 개구리만 없어지나요. 시골에 개구리 죽어 없어지면, 시골에 누가 남을 테며, 시골에 남는 사람 싹 사라지면, 이 나라에 어떤 사람들 남아 어떤 일을 하려나요. 4346.7.29.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