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글 읽기
2013.7.23. 큰아이―아버지 곁에서

 


  아버지가 어떤 글 하나를 쓰려고 한참 밑글을 쓴 뒤 깨끗한 종이에 옮겨적는다. 큰아이가 “아버지 무슨 공부를 그렇게 많이 해요?” 하고 묻는다. “아버지는 아버지가 써야 할 글이 있어서 이렇게 써.” 마당에 놓은 평상에 엎드려서도 쓰고, 부엌 밥상을 책상으로 삼아서도 쓰며, 마룻바닥에 엎드려서도 쓴다. 셈틀을 켜서 자판을 두들긴다면 그리 오래 안 걸릴 만한 일거리이다. 그러나 아이 곁에서 손으로 종이에 글을 쓸 적에 함께 할 만한 무언가 있구나 느껴 이렇게 해 본다. 큰아이는 어느새 공책을 들고 아버지 곁에 앉는다. 무얼 하나 넘겨보니 큰아이는 공책에 머리카락과 치마가 길디긴 제 모습을 신나게 그린다.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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