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아플 적에

 


  아침부터 볼이 부어 아프다는 큰아이를 안고 달래고 어르며 생각한다. 새벽 여섯 시에 아프다며 잠이 깼는데, 이 이른 때에 병원에 가야 하나 싶다가, 마음을 차분히 다스리며 생각한다. 아이가 볼이 부은 까닭을 헤아리고, 내가 예전에 볼이 부었을 적에 어떻게 나았는가 돌아본다. 볼이 부었대서 병원에 간들 뾰족한 수가 없다. 주사나 항생제 처방을 하고 그치겠지. 게다가 작은아이를 깨워 안고는 택시 불러 병원 다녀오기도 너무 벅차다.


  작은 수건을 찬물에 적신다. 아이 볼에 댄다. 품에 안고 괜찮다 얘기하면서 자리에 눕힌다. 수건을 뒤집어 볼을 식히고, 수건을 다시 빨아 볼에 댄다. 아침이 되어 밥을 차린다. 큰아이는 밥을 못 먹고 작은아이만 먹인다. 작은아이를 밥 먹이고 나니 큰아이가 깬다. 큰아이를 달래고 보듬으면서 볼을 식히고는 드러누워 그림책을 읽어 준다. 큰아이 곁에 누워 찬물수건 갈다가 어느새 큰아이도 나도 나란히 곯아떨어진다. 같이 안 놀아 준다며 칭얼거리던 작은아이도 곁에서 함께 잠든다. 큰아이가 깨면 작은아이는 색색 잔다. 큰아이가 다시 잠들면 작은아이가 이내 일어난다. 가만히 살피니,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몸이 고단하고 나도 몸이 고단하구나 싶다. 4346.7.26.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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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3-07-26 22:02   좋아요 0 | URL
글 제목을 보고는 아이들이 많이 아프면 큰일이겠다 싶었는데 큰 병이 아니라서 참 다행이네요. 어릴 적에는 이래 저래 참 자주도 아팠다가 또 금새 나으면서 그렇게 컸던 것 같아요.

제 아이들은 어느새 다 커서(큰 애는 대학생이고 작은 애가 올해 고3이네요) 언제 '아프다'는 얘기를 들어본 지도 꽤나 오래 되었다 싶어요. 어릴 땐 '놀라고 당황스러워' 이 병원 저 병원으로 마구 정신없이 뛰어다녔었는데 말입니다. ㅎㅎ

숲노래 2013-07-26 22:35   좋아요 0 | URL
모두 다 어버이 되면서 어릴 적을 되새기고,
아이들도 어버이 되면서
어린 날 얼마나 사랑받고 자랐는지를 돌아보리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