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얼마 앞서까지는 어디에서나 ‘도시락’을 누렸다. 이제 학교에서는 ‘급식’이 되어야 문화나 교육이 되는 듯 여긴다. 회사에서는 ‘식당’을 간다. 어머니 손길 담긴 도시락이건, 옆지기 손길 담은 도시락이건, 내 손길 담아내는 도시락이건, 도시락을 만날 길은 차츰 줄어든다. 나들이를 가더라도 김밥집이나 분식집이나 가게나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 파는 데에서 사면 그만이라고 여긴다. 영양소 먹는 밥이 아닌 사랑을 먹는 밥일 텐데, 사랑을 먹는 밥하고 자꾸 멀어진다면, 우리 삶은 어디로 나아가는 셈일까. 사랑을 짓는 밥을 누리지 못하면서 하는 일은 얼마나 즐겁거나 보람찰 만할까. 대통령도 의사도, 교사도 청소부도, 모두 이녁 손으로 정갈하게 도시락을 꾸려 하루를 누리는 길 걸어간다면 우리 살림살이와 마음과 이야기는 얼마나 한껏 달라질 수 있을까 꿈을 꾸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