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18] 푸른 숨결 마시는 하루
― 휴가와 여행

 


  풀이 돋으니 풀내음 맡습니다. 나무가 자라니 나무바람 마십니다. 삶터 곁에 공장이 있으면 공장 굴뚝에서 솟는 연기를 들이켜야 하고, 공장에서 물건 만드며 내다 버리는 쓰레기에 찌든 냄새를 맡아야 합니다. 삶터 가까이에 찻길 있어 자동차 끊임없이 지나다니면, 으레 자동차 배기가스를 먹어야 할 테지요.


  꾀꼬리 살아가는 시골에서 지내는 사람은 꾀꼬리 노래를 듣습니다. 도시 한복판에서 살아가는 사람은 도시가 일으키는 소리를 듣습니다. 자동차 소리에 승강기 소리에 손전화로 떠드는 소리에 온갖 기계들 덜컹거리는 소리를 들어야 해요.


  물과 바람이 깨끗한 곳에 보금자리 마련하면 맑게 눈부신 하늘을 누립니다. 물도 바람도 깨끗하지 못한 곳에 보금자리 마련하면 맑은 하늘이나 밝은 구름이나 따순 햇볕을 못 누립니다.


  나날이 도시가 커집니다. 나날이 시골이 줄어듭니다. 사람들이 도시로 몰립니다. 사람들이 시골을 떠납니다. 도시에서는 집 한 채 방 한 칸 마련하기 무척 벅차다고 합니다. 시골에서는 빈 집과 빈 논밭이 자꾸 늘어납니다.


  이 도시에서 저 도시로 휴가를 떠나거나 여행을 나서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도시에서 지내는 이들은 으레 물이랑 바람이 맑은 곳을 찾아 길을 떠나요. 여느 때에는 못 누리던 맑은 물 마시고 싶다 하고, 여느 날에는 못 즐기던 시원한 바람 쐬고 싶다 해요.


  처음부터 맑은 물이랑 바람을 누린다면 가장 즐거우리라 생각해요. 처음부터 맑은 물하고 바람 누리는 데에 보금자리 마련하면 참으로 기쁘리라 생각해요. 왜냐하면, 맑은 물이랑 바람 누리는 데에 보금자리와 일터를 마련하면, 하루하루 언제나 ‘휴가’이면서 ‘여행’이 될 테니까요.


  아이들 손을 잡고 마을길 거닙니다. 푸른 숨결을 마십니다. 오늘도 어제도 모레도 글피도 한결같이 푸른 숨결 마십니다. 우리 시골살이는 날마다 휴가이면서 여행이고, 언제나 꿈이면서 사랑입니다. 4346.7.22.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appletreeje 2013-07-2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새벽에 창문을 열면, 싱그러운 풀냄새..흙냄새가 물씬 들어와
정말 신선하니 좋습니다. ^^ 서울이라도 이곳은 산이 가까워 그나마 다행이예요~

예쁜 엄마와 예쁜 아이들!^^

숲노래 2013-07-22 16:30   좋아요 0 | URL
늘 좋은 냄새와 빛 누리면서
날마다 새롭고 즐거운 마음 되시기를 빌어요~~

잎싹 2013-07-23 00: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내음 많이 나는...사진이 참 풋풋하고 좋습니다.

숲노래 2013-07-23 05:54   좋아요 0 | URL
시골집이니 늘 시골내음 맡아요.
이 여름도 즐겁게 누리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