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그림놀이] 작은 그림에 (2013.7.19.)
자그마한 종이 하나를 펼친다. 오늘도 누군가한테 선물할 그림을 그려 본다. 그림 선물이란 무엇일까. 내가 나한테 그려서 스스로 즐길 그림이 될 때에 비로소 다른 이웃한테 선물할 그림이 될 테지. 그러면, 내가 시골집에서 무엇을 누리는가 하고 돌아본다. 옳지. 범나비 깨어난 초피나무가 있네. 별 넷 파랗게 그린 다음, 초피잎을 그린다. 초피잎 밑에 노란 꽃송이 그린다. 여름꽃을 그리려 했는데 민들레꽃이 된다. 여름에 웬 민들레인가 싶지만, 민들레는 여름이나 가을에도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으니까, 슬쩍 넘어간다. 글씨를 넣고 해와 달을 그린 뒤, 바탕빛을 담고는 끝. 우리 집 벽에 붙이고 싶지만, 우리 집 벽에 붙이고 싶으니 선물하자. ㅎㄲㅅㄱ
(최종규 . 20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