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가는 말 157] 삶빛

 


  한자말 ‘생활(生活)’은 이 한자말대로 쓰임새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낱말은 이 낱말대로 즐겁게 쓰면 즐거운 하루 되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나는 이 한자말을 안 씁니다. 나는 곰곰이 생각을 기울입니다. 이런 한자말이 한겨레 삶에 스며들기 앞서 옛사람은 어떤 낱말을 쓰며 하루를 일구었는지 찬찬히 돌아봅니다. 아마 예전 사람들은 “생활한다”고 말하지 않고 “산다”나 “살아간다”고 말했겠지요. 때로는 ‘살림’이라 가리켰을 테고요. 그러니까, 한자말 ‘생활’은 한국말 ‘삶’과 ‘살림’을 밀어내며 쓰이는 낱말인 셈이에요. 다시금 생각을 기울여 한국말 ‘삶’과 ‘살림’을 차근차근 짚습니다. 즐거이 누리는 삶이라면 향긋한 내음이 번집니다. ‘삶내음’입니다. 살림 알뜰살뜰 꾸리는 사람은 ‘살림꾼’입니다. 살림을 알차게 꾸려 ‘살림빛’ 이룹니다. 살림빛 이루듯, 삶에서도 ‘삶빛’ 이룰 테지요. 삶무늬를 떠올리고 삶결을 헤아립니다. 삶자락과 삶밭과 삶터와 삶꿈을 하나하나 떠올립니다. 삶을 누리는구나 싶으니 ‘삶’과 얽힌 여러 낱말이 가지를 뻗습니다. 그래요, 삶을 빛내는 ‘삶말’이요 ‘삶글’이면서 ‘삶책’이 있어요. ‘삶그림’과 ‘삶사진’과 ‘삶노래’ 또한 있겠지요. 4346.7.20.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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