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상 책읽기

 


  집에 평상 하나 있으니 마당에서도 즐겁게 쉰다. 책꽂이 짤 적에 쓸 튼튼하고 야무진 나무로 짠 평상인 터라 결이 곱고 두고두고 튼튼하게 잘 있어 준다. 어른들도 드러누워 쉬고, 아이들도 드러누워 논다. 이불 한 채를 펼쳐 널 수 있다. 후박나무 밑 나무그늘 넓게 시원하다.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나무그늘 아래에 평상이 있으면 참 즐겁겠다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나무한테서 얻은 조각과 토막으로 쉴 자리 마련하고, 나무가 드리우는 그늘을 누리며, 나뭇잎 스치는 푸른 바람을 마시는 동안 온몸에서 새 기운이 샘솟는다.


  나무걸상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는다. 나무평상에 누워 가만히 눈을 감는다. 나무 한 그루 살아온 숲이 어떠한 빛과 결과 소리로 이루어졌는지를 찬찬히 느낀다. 나무 한 그루 걸상이나 평상이 되어 우리한테 찾아온 뒤,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주는지 조곤조곤 듣는다.


  숲에서 온 것은 숲내음이 난다. 숲에서 온 것은 싱그러운 빛이 감돈다. 숲에서 온 것은 모든 사람을 살가이 살린다. 책 한 권 아름답다 말한다면, 책 한 권 묶을 종이가 바로 숲에서 자란 나무한테서 얻기 때문이리라. 4346.7.19.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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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20 06:54   좋아요 0 | URL
정말 평상이 시원하니 참 좋네요.^^
너른 평상 위에서 책도 보고 수박도 먹고 누워 하늘도 보고~

숲노래 2013-07-20 10:53   좋아요 0 | URL
누구나 이런 나무그늘 누릴 수 있기를 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