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만난 미꾸라지

 


  마을 빨래터를 한창 청소하는데 나무토막이나 물풀 아닌 뭔가 슥 지나가는 그림자를 본다. 무얼까. 설마 물고기? 빨래터에? 빨래터 바닥에 낀 물이끼를 걷어내고 밀어내며 물을 퍼서 바깥으로 버린다. 이제 아까 새까맣고 길쭉한 것이 모습을 드러낸다. 아하, 미꾸라지네. 그런데, 미꾸라지가 논 아닌 빨래터에 왜?


  나는 어릴 적에 미꾸라지를 많이 보았고 많이 잡았다. 우리 아이들은 미꾸라지를 오늘 처음 본다. 얘들아, 미꾸라지 한 번 만져 보렴. 미꾸라지는 살짝 만져도 죽지 않아.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미꾸라지를 만지려 하지 않는다. 그저 쳐다보기만 한다. 빨래터 물놀이는 저리 가고 미꾸라지 들여다보는 재미에 폭 빠진다. “벼리야, 미꾸라지 집으로 가져가서 키울까?” “아니.” “그러면, 미꾸라지 여기에 놓아 줄까?” “응. 놓아 줘.”


  빨래터 청소를 마치고 빨래터에 다시 놓아 준다. 빨래터에는 물이끼 많이 끼니까 미꾸라지 먹이는 모자라지 않으리라. 그나저나, 다른 미꾸라지도 빨래터로 스며들 수 있을까. 논에는 온통 농약을 뿌리지만 빨래터에는 농약 뿌릴 일 없으니 미꾸라지 너로서는 이곳이 살 만한 곳 될 테지. 그런데 너 혼자서는 무척 심심할 듯하구나. 4346.7.17.물.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책과 헌책방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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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18 09:26   좋아요 0 | URL
"응. 놓아 줘." 벼리의 마음이 참 예쁩니다..^^
정말 미꾸라지가 또 한 마리 와, 두 마리 함께 정답게 살면 참 좋겠네요~.

숲노래 2013-07-18 10:28   좋아요 0 | URL
다음에 빨래터에 갈 때에 한 마리 더 찾아올는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