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질
아이들아, 너희는 아니? 오늘날 이 나라 남녘땅, 한국에서 집에 에어컨 들이지 않는 집이란 거의 없단다. 게다가 선풍기조차 갖추지 않는 집은 아예 찾아볼 수 없다고까지 할 수 있어. 바로 우리 집에는 에어컨이 없고 선풍기가 없지. 시골 아닌 도시에서 살 적에는 냉장고조차 없었단다. 너희 어머니와 아버지는 한여름에 창문바람과 부채바람으로 지냈어. 너희가 태어난 뒤에는 너희가 여름밤에 땀 적게 흘리고 자도록 어머니와 아버지가 갈마들며 부채질을 했는데, 너희 어머니가 몸이 많이 안 좋은 줄 알지? 너희 아버지는 너희와 너희 어머니 더위 타지 말라며 밤새 부채질을 하며 여름을 났단다. 올여름도 이와 같지. 들바람이나 숲바람이 분다면 홀가분하지만, 들바람도 숲바람도 없는 날에는, 너희가 자면서도 콧등과 이마에 땀방울 송송 솟으니, 너희 아버지는 자다가 일어나서 십 분 이십 분 삼십 분 한 시간 부채질을 한단다. 너희 아버지는 잘 떠올리지 못하지만, 너희 할머니나 할아버지는 너희 아버지나 어머니가 여름날에 잘 자라고 언제나 똑같이 부채질로 밤을 지새우셨는지 몰라. 4346.7.12.쇠.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