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볕 빨래

 


  여러 날 땡볕이 내리쬡니다. 구름 한 점 없이 내리쬐는 땡볕인 여름날에는 어디에도 나돌아다니지 않습니다. 더워서 안 돌아다니지 않아요. 이 좋은 땡볕에 이불이며 옷가지를 보송보송 말리고 싶어 바깥으로 나가지 못합니다.


  옷장에 있던 이불을 꺼냅니다. 이불 안쪽에 축축한 기운 있습니다. 하나하나 마당에 넙니다. 아이들 옷가지를 내놓고, 속옷 담은 상자와 양말 담은 상자를 내놓습니다. 새로 종이상자를 더 꺼내어 말립니다. 지난겨울 아이들 입던 옷을 새로운 상자에 넣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땡볕에 말리는 이불은 삼십 분 즈음마다 뒤집습니다. 옷가지도 모두 뒤집습니다. 이렇게 서너 차례 뒤집습니다. 바짝바짝 말랐는가 살피고, 햇살내음 배었는가 맡습니다. 이불과 옷가지 뒤집는 동안 등판과 얼굴과 온몸에 땀이 줄줄 흐릅니다. 그저 옷가지 뒤집을 뿐인데 이렇게 뜨겁습니다. 바깥에서 들일을 하기 몹시 벅찬 한여름이네 싶으면서도, 지난날 소작농 일꾼은 이런 날씨에도 들일을 해야 했겠지요. 지난날 소작농 집안 아이들은 이런 날씨에도 어버이 일손 거들어야 했겠지요. 또, 도시에서는 이런 날씨에도 이불 말리기나 옷가지 말리기 아닌, 톱니바퀴처럼 꽉 짠 얼거리에 맞추어 회사원이나 노동자로 돈벌이를 해야 할 테지요.


  바쁜 일철이 훅 지나간 칠월 한복판 땡볕 한낮에 마을마다 우람한 나무그늘에 할매 할배 모여 앉습니다. 들에도 나무들이 우람하게 선다면 참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논자락이나 밭자락 조금 줄더라도 우람한 나무들이 곳곳에 서며, 들길을 걷는 동안 그늘 사이를 거닐 수 있으면 아주 좋으리라 생각합니다.


  숲은 더위를 식힙니다. 숲은 추위를 가라앉힙니다. 숲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고, 숲에서 시원한 냇물이 흐릅니다. 이불과 옷가지 잘 말랐으면 집안으로 들입니다. 집안에 온통 햇살내음 번집니다. 4346.7.11.나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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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7-11 22:34   좋아요 0 | URL
오..좋은 땡볕에 보송보송 잘 말린 이불에서 자면 얼마나 포근하고 꿀잠을 잘까요~^^
정말 그렇지요. 아무리 뜨거운 땡볕이 내리 쬔다 해도, 우람한 나무 아래는 서늘한 빛깔과 그늘로
참 시원하고 다른 세계이지요~
함께살기님! 나무는 정말 좋아요...


숲노래 2013-07-11 23:12   좋아요 0 | URL
시골에서는 들판에 그늘 드리운다며 나무를 다 베어요.
참 '무식'하지요.

도시에서는 찻길 놓는다고 또 나무를 몽땅 밀어요.
너무 '무식'해요.

나무가 살아야... 시골도 도시도 살 텐데요... ㅠ.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