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살이 일기 13] 볼그스름 익는 매화나무 열매
― 햇살 머금은 맛

 


  이웃들은 매화나무 열매가 푸르딩딩할 적에 바지런히 땁니다. 아직 제대로 크지 않은 푸른 매실을 한 꾸러미 두 꾸러미 따고, 모자라다 싶으면 읍내에서 몇 꾸러미씩 사들입니다. 매화 열매인 매실에다가 설탕을 푸대로 장만합니다. 그러고는 ‘매실 효소’를 담근다고 바쁘셔요.


  우리 집은 매화나무에 맺힌 열매가 푸르딩딩할 적에는 그대로 둡니다. 매화 열매 스스로 가장 굵게 익을 때까지 지켜봅니다. 그러고는, 이 매화 열매가 볼그스름한 빛 감돌면서 노랗게 익도록 기다리지요. 효소로 담가서 물을 마셔도 좋다 할 테지만, 이보다는 오래오래 햇살과 바람과 빗물을 받아먹으며 잘 익은 매화 열매를 하나둘 톡톡 따서 그날그날 먹고 싶어요.


  매화나무 열매를 따서 먹으면, 참말 매화나무 열매 맛이 납니다. 살구도 아니요 오얏도 아니며 복숭아도 아닙니다. 매화나무 열매는 꼭 매화나무 열매 맛이 나요. 오얏처럼 달지 않고, 복숭아처럼 시원하지 않습니다. 살구처럼 상큼하지 않아요. 그렇다고 오얏처럼 끝물에 신맛 감돌지 않아요.


  볕이 잘 드는 가지 쪽에서는 벌써 노랗게 익으려 하고, 볕이 덜 드는 가지 쪽은 아직 푸른 빛깔입니다. 볕 잘 드는 쪽부터 하나씩 따서 먹으면, 어느새 볕 덜 드는 가지 쪽 열매도 익을 테지요.


  여름날 두고두고 즐기는 열매입니다. 한여름에 하나씩 맛보면서 싱그럽고 맑은 기운 누리는 열매입니다. 햇살을 머금은 열매에서는 햇살맛이 나고, 바람을 들이켠 열매에서는 바람내음이 나며, 빗물을 마신 열매에서는 빗소리가 흐릅니다. 4346.7.1.달.ㅎㄲㅅㄱ

 

(최종규 .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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