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빔 좋은 어린이
여섯 살 사름벼리 여름치마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아직 이웃들한테 말을 여쭙지 못한다. 집 안팎으로 하는 일이 많아 미처 이런 말을 못 여쭈는 셈일까. 여태껏 여러 좋은 이웃들이 선물해 준 고마운 옷들로 큰아이는 씩씩하고 즐겁게 옷을 입으며 지냈다. 어쩌면, 큰아이는 옷집에 가서 새로 사는 옷보다 이웃이 선물해 주는 옷을 더 좋아하는지 모른다. 워낙 선물받는 옷, 그러니까 물려받는 옷에 익숙하니까. 곰곰이 돌아보면, 아버지로서 큰아이한테 치마를 사 준 일이 꼭 두 차례인데, 큰아이가 세 살 적에 인천 큰아버지가 옷값을 주어 처음으로 사 주었고, 올봄에 네식구 함께 읍내마실을 하며 두 번째로 사 주었다. 그리고 어제, 큰아이 옷가지를 죽 살피고 보니, 여름에는 날마다 옷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큰아이가 날마다 옷을 갈아입는다 하더라도 여름치마가 살짝 빠듯하겠다고 느꼈다. 있는 대로 돌아가며 입혀도 되지만, 어쩐지 새 치마 한 벌 사야겠구나 싶어, 부러 읍내마실을 해서 삼만육천 원 값을 치르고 여름빔을 마련했다. 큰아이가 이제껏 보여준 모습을 돌아보면, 다른 옷가지나 선물은 조금 들고 다니다가 아버지나 어머니한테 맡겼다. 이번에 장만한 여름빔은 처음부터 끝까지 큰아이 스스로 든다. 두 시간 남짓 옷가방 들고 다니다가 나중에는 비닐가방은 아버지한테 넘기고 여름빔 긴치마만 품에 안고 다닌다. 그래, 이토록 좋아하는 네 긴치마인데, 즐겁게 장만해 주어야지. 사서 장만하든 재봉틀로 박아서 장만하든, 네가 좋아하는 대로 장만해야지. 4346.6.30.해.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