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여름 군내버스

 


  아이들과 읍내로 마실을 간다. 모처럼 군내버스를 탄다. 큰아이 먼저 타라 한 뒤 작은아이를 안고 버스삯 1500원을 낸다. 자리를 찾아 앉으려 하는데 몸은 에어컨바람을 먼저 느낀다. 큰아이는 코를 싸쥐며 언제나처럼 “아이, 냄새.” 하고 말한다. 예쁜 시골길 지나가는데 에어컨 끄고 창문 열면 좋으련만.


  시골길 다니는 군내버스에 굳이 에어컨을 달아야 할까 궁금하다. 겨울에 따뜻하게 덥히는 난방기를 달 수는 있을 테지만, 여름날에는 창문 활짝 열고 달릴 때가 훨씬 시원하며 맑은 바람을 쐴 수 있다고 느낀다. 도시처럼 매캐한 바람이 아니요, 도시처럼 공장이 줄줄이 늘어선 시골길이 아닌데, 풀바람을 쐬고 나무바람을 마시며 바닷바람을 들이켤 수 있는데, 시골 군내버스에 붙인 에어컨은 너무 안 어울린다.


  에어컨바람을 쐬어야 시골에서도 문명 혜택을 받는다고 여길까. 창문바람 아닌 에어컨바람이라야 시골사람도 도시사람하고 견주어 얼굴이 안 깎일까.


  이십 분 동안 에어컨바람에 시달리며 생각한다. 여름부터는 시외버스는 되도록 안 타고, 순천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야겠구나 싶다. 읍내로 나오는 길쯤은 한 시간 동안 달리더라도 자전거를 끌고 다녀야겠구나 싶다. 오르막에서는 땡볕이지만, 내리막에서는 더할 나위 없이 시원한 바람이다.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과 함께 시원한 바람을 쐬는 날인 줄, 아이도 어른도 함께 느껴야 비로소 여름이 여름다우리라 느낀다. 4346.6.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삶과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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