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와 여름
신문이나 방송이나 인터넷에서 으레 더위를 말한다. 그러면 더위란 무엇인가? 푹푹 찌는 온도가 더위인가? 아니다. 더위란 풀을 살찌우고 나무를 북돋우는 햇볕이다. 시골사람은 아무도 온도를 따지지 않는다. 오직 도시사람만 온도를 잰다. 먼먼 옛날 언제부터 온도계를 썼는가. 시골에서는 온도계 쓸 일이 없다. 살갗으로 느끼고 몸으로 깨닫는다. 풀잎과 나뭇잎을 살피면 날씨를 알고, 하늘과 구름을 바라보며 하루를 돌아본다.
도시가 더운 까닭은, 도시는 땅바닥을 모조리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은데다가 자동차가 끝없이 달리며 배기가스를 뿜는 한편, 땅바닥을 덮은 높다란 아파트와 수많은 건물에서 어마어마하게 냉방기를 돌리면서 더운바람을 바깥으로 내보내는데, 시멘트와 아스팔트로 덮여서 흙이 뜨거운 기운 받아들이지 못하는데다가, 나무도 숲도 없는 도시이니, 그저 찜통이 되기 때문이다. 서울 같은 데에서 북한산이나 남산에만 가 보아라. 더위를 느끼기 어렵다. 흙이 있고 풀과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산에서 조금만 벗어나 찻길로 들어서 보아라. 갑작스레 뜨거운 기운 확 몰아치면서 땀이 줄줄 흐르리라.
더위가 걱정된다면 아스팔트를 걷을 노릇이다. 더위가 싫다면 시멘트를 치울 노릇이다. 더위가 힘겹다면 아파트를 허물어 숲을 되찾을 노릇이다. 더위가 벅차며 견디지 못하겠다면, 그예 도시를 떠나 시골에서 조그마한 집 가꾸고 텃밭과 숲 사랑하면 된다. 흙으로 지은 집에서 살며, 흙을 밟고 만지는 사람한테는 더위란 없다. 그저 ‘여름’만 있을 뿐이다. 4346.6.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