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가고 싶어

 


  바닷가에 다녀온 이듬날, 큰아이는 “아, 바다에 가고 싶어.” 하는 말을 열 차례 남짓 꺼낸다. 바다에 그렇게 가고 싶니? 그래, 그러면 가야지. 아버지는 자전거 끌며 바닷가 다녀오면 이틀이나 사흘쯤 먼 마실은 쉬어야지 싶은데, 사흘에 한 차례씩 바닷가마실을 해 볼까. 택시를 불러 다녀오면 만사천 원이면 넉넉한 마실길이기는 한데, 택시로 달리면 여름날 푸른 숲과 나무를 한껏 누리지 못해. 그저 폭신한 걸상에 등을 기대고 앉아서 에어컨바람을 쐬야 할 뿐이야.


  땀을 흘리며 자전거를 달리고, 햇살을 쬐면서 자전거 발판을 구르지. 땀이 볼을 타고 흐르며 땅바닥에 떨어져. 훅훅 가쁜 숨 몰아쉬면서도 고갯마루 오르면 쏴아아 내리막에서 신나게 휭휭 바람을 누리지.


  바다에 가면 무엇이 좋을까. 바닷가에 서면 어떻게 즐거울까. 가만히 바닷바람을 떠올린다. 곰곰이 모래밭을 되새긴다. 하얀 조개껍데기를 생각하고, 모래밭으로 밀려든 미역과 바닷말을 헤아린다. 바다에서 양식 하느라 바닷가로 밀려드는 온갖 스티로폼 쓰레기를 하나하나 곱씹는다.


  바다는 우리한테 어떤 품일까. 숲은 우리한테 어떤 가슴일까. 흙은 우리한테 어떤 이야기일까. 얘들아, 우리 물빛 마음이 되면서 바다에서 놀자. 4346.6.29.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아빠 육아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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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treeje 2013-06-29 09:58   좋아요 0 | URL
아...정말..여름을 온몸과 마음으로 시원하고 즐겁게 누리시는군요.^^
항상 아침마다 함께살기님 올려 주시는 나무와 꽃 나비 길 바다...글과 사진 통해
제 마음까지 함께 기쁘고 시원하고 즐거워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숲노래 2013-06-29 10:15   좋아요 0 | URL
바다빛도
함께 누리는 사람이 있을 때에
훨씬 환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