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 안 쓰면 우리 말이 깨끗하다
 (241) 공통의 1 : 공통의 목적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는 공통의 목적을 향해 가는 데 시간은 걸리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게 됩니다
《고다 미로누/장윤,이인재 옮김-숲을 지켜낸 사람들》(이크,1999) 76쪽

 

  “-을 향(向)해 가는 데”는 “-로 가는 데”로 다듬습니다. ‘결국(結局)’은 ‘나중에’나 ‘마침내’나 ‘드디어’나 ‘비로소’나 ‘바야흐로’나 ‘머잖아’나 ‘이내’로 손보고, “이해(理解)하게 됩니다”는 “받아들입니다”나 “껴안습니다”나 “헤아려 줍니다”로 손봅니다.


  한자말 ‘공통(共通)’은 “둘 또는 그 이상의 여럿 사이에 두루 통하고 관계됨”을 뜻한다고 해요. 국어사전을 살피면 “공통 과제”나 “두 사건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나 “이웃들이 겪고 있는 공통의 빈곤” 같은 보기글이 있어요. 낱말뜻이나 쓰임새를 살피면, 한자말로는 ‘공통’일 테지만, 한국말로는 ‘같음(같다)’이에요. 그러니까, 국어사전 보기글은 “같은 과제”와 “두 사건이 똑같이 보여주는 문제”나 “이웃들이 겪는 똑같은 가난”으로 손질할 수 있습니다.

 

 공통의 목적을 향해 가는 데
→ 같은 목적으로 가는 데
→ 똑같은 길로 나아가는 데
→ 한마음으로 뜻을 모으는 데
→ 서로 같은 길로 가는 데
→ 함께 같은 뜻을 모으는 데
 …

 

  그런데, 국어사전을 보면 “공통적 과제” 같은 보기글도 있습니다. 궁금해요. “공통의 과제”와 “공통적 과제”는 어떻게 다른 말일까요. 또 “공통 과제”는 서로 무엇이 얼마나 다를까요. ‘-의’과 ‘적’을 굳이 붙여야 할 까닭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요. “똑같은 과제”나 “모두한테 주어진 과제”라고 적으면 뜻을 제대로 밝히지 못할까요.


  같으면 ‘같다’고 말하면 됩니다. 똑같으면 ‘똑같다’고 말하면 돼요. 비슷하면 ‘비슷하다’고 말하면 되지요. 같은 길을 걸어가면 ‘한마음’이 될 테고, ‘함께 가는 길’이라 할 수 있어요. 4338.6.7.불/4346.6.2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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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 하는 똑같은 길로 나아가는 데 시간은 걸리지만 끝내 서로를 잘 헤아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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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782) 공통의 2 : 공통의 언어와 문화

 

또한 독일인들은 공통의 언어와 문화를 가졌고, 스스로 ‘민족’이라고 여겼으나 ‘독일’이라는 지역은 중심부도 없었고 경계선도 분명하지 않았다
《존 맨/남경태 옮김-구텐베르크 혁명》(예·지,2003) 56쪽

 

  “언어(言語)와 문화를 가졌고”는 “말과 문화가 있으며”로 다듬고, ‘민족(民族)’은 ‘겨레’로 손보며, ‘지역(地域)’은 ‘곳’으로 손봅니다. ‘분명(分明)하지’는 ‘뚜렷하지’로 손질해 줍니다. ‘중심부(中心部)’는 ‘서울’로 손질할 수 있어요. ‘경계선(境界線)’은 그대로 두어도 되는데, 이 글월에서는 “독일이라는 곳은 서울도 없었고 시골도 뚜렷하지 않았다”처럼 적어도 됩니다.

 

 공통의 언어와 문화를 가졌고
→ 같은 말과 문화가 있으며
→ 같은 말을 하고 문화가 같았으며
→ 한 가지 말을 쓰고 문화가 같으며
 …

 

  똑같은 말을 쓰니 “한 가지” 말을 쓰는 셈입니다. “같은” 말을 쓰고 “같은” 문화를 누립니다. 같은 꿈을 꾸고, 같은 사랑을 노래하며, 같은 이야기를 나누지요. 같은 말을 아름답게 씁니다. 같은 문화를 살갑게 빛냅니다. 같은 꿈을 따사로이 보듬고, 같은 이야기를 오래오래 즐거이 누립니다. 4339.10.28.흙/4346.6.2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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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독일사람들은 똑같은 말과 문화가 있고, 스스로 ‘겨레’라고 여겼으나 ‘독일’이라는 곳은 서울도 없었고 경계선도 뚜렷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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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1099) 공통의 3 : 공통의 화제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도 노인들의 농사짓는 공통의 화제로 차 안이 금방 훈훈해진다
《공선옥-마흔에 길을 나서다》(월간 말,2003) 210쪽

 

  ‘노인(老人)’은 ‘늙은이’나 ‘어르신’으로 손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할머니와 할아버지’로 손보면 한결 좋습니다. ‘금방(今方)’은 ‘이내’나 ‘곧’이나 ‘바로’로 손보고, ‘훈훈(薰薰)해진다’는 ‘따뜻해진다’나 ‘따스해진다’로 손봅니다.

 

 노인들의 농사짓는 공통의 화제로
→ 어르신들은 농사짓는 똑같은 이야기감으로
→ 할머니 할아버지 들은 저마다 농사짓는 이야기로
→ 할머니 할아버지 들은 농사짓는 이야기를 나누며
→ 어르신들은 농사짓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

 

  “공통의 화제”란 “같은 이야기”나 “똑같은 이야기감”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는 ‘공통의’를 다듬으려고 하기보다는, 아예 덜어낼 때에 잘 어울립니다. “노인들의 농사짓는 공통의 화제”와 같은 글월은 여러모로 얄궂습니다. “노인들이 농사짓는 이야기”요 “노인들이 똑같이 농사짓는 이야기”일 테지요. 이러한 글월을 흐름에 맞추어 알맞게 다듬어 줍니다. 4340.9.26.물/4346.6.2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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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모르는 사이인데도 어르신들은 저마다 농사짓는 이야기를 나누며 차 안이 이내 따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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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 안 써야 우리 말이 깨끗하다
 (2075) 공통의 4 : 공통의 관심사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 처음 만났는데도 할 얘기가 많았다
《유기억·장수길-특징으로 보는 한반도 제비꽃》(지성사,2013) 99쪽

 

  ‘관심사(關心事)’는 “관심을 끄는 일”을 뜻합니다. ‘관심(關心)’은 “어떤 것에 마음이 끌려 주의를 기울임”을 뜻해요. ‘주의(注意)’는 “(1) 마음에 새겨 두고 조심함 (2) 어떤 한 곳이나 일에 관심을 집중하여 기울임”을 뜻한다 해요. 그러면 ‘관심 = 주의’가 되고, ‘주의 = 관심’이 되는 셈일까요. 쉽고 또렷하게 ‘눈길’이라 적어도 되지 않을까요. 자리에 따라 ‘마음씀’이나 ‘마음쓰다’처럼 적을 수 있고, ‘관심사’ 같은 한자말이라면 ‘좋아하는 일’이나 ‘좋아하는 것’으로 적어도 돼요.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
→ 같은 관심사가 있으니
→ 눈길 두는 곳이 똑같으니
→ 같은 일을 좋아하니
→ 똑같은 일을 하니
 …

 

  이 글월은 “서로 제비꽃을 좋아하니”라든지 “두 사람 모두 제비꽃을 좋아하니”처럼 손보면 한결 낫습니다. 제비꽃을 이야기하는 책이거든요. 더 살핀다면, “우리는 제비꽃을 아끼니”라든지 “그분과 나는 제비꽃을 사랑하니”처럼 손볼 수도 있습니다. ‘똑같은 일’이나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밝히면 더 살갑고 알맞게 글을 쓸 수 있어요. 4346.6.23.해.ㅎㄲㅅ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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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일을 좋아하니 처음 만났는데도 할 얘기가 많았다

 

(최종규 . 2013 - 우리 말 살려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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